개그 맨 중에 김 아무거시라는 젊은이가 '봉숭아 학당'이란 프로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 중에 나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다 듣고 있다가 「그건, 네 생각이고」하면서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않던 그런 다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 발상이 정말 신선하다.
오늘 아침에는 마음껏 걷고 싶어 평소 생각해 두었던 산길을 따라 나섰다.
편두통도 나을 것 같았고 조용한 산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시상(詩想)도 떠오를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그 개그맨이 이야기하던 「그건, 네 생각이고」였다.
장마 중에 번뜻번뜻 내놓는 햇빛은 산 속의 열기를 더했고 숨이 턱에 닿았다. 길에는 몸을 말리려는 뱀이 아침 햇빛을 따라 나와 앉아있어서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한참을 걷다가 잠시 쉬면서 물이라도 마실라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시커먼 산 모기가 팔이고 다리고 가리지 않고 물어대었다. 싸 가지고 간 도시락도 조용히 앉아 먹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까짓 끝까지 가면 오후 서너 시쯤 될 것이고 거기 산촌박물관이나 휴게소가 있으니 거기 가서 먹으리라 하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내가 힘이 들어 할 때쯤 내려가는 가파른 길이 나타나고 자동차 소리가 들리더니 이차선 대로(大路)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딘지도 모르고 나의 등산은 끝이 나버린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등산로가 길 건너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한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아보았다. 저 푸른 하늘을 시원스레 날아가는 멧새 한 마리, 좋아 보였다. 세상을 내려다보면 한 눈에 보이는 경치랑 이 산과 저 산을 편하게 날아다닐 수 있고 거기다가 길 찾기는 얼마나 쉬울까……. 그러나 여기서 그 개그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건, 네 생각이고 저 새는 오늘도 어디 먹을 게 없나 싶어 허기진 몸으로 고된 비행을 하는 것이야. 너처럼 많이 먹고 살을 빼겠다고 산에 올라온 줄 아느냐? 밤만 되어봐라. 어디서 누가 날 잡아먹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잠도 옳게 못 자는 신세라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모든 것에 만족하고 불평 없이 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 정도 걸었으면 오늘은 되었다. 차라리 집으로 가서 씻고 점심도 먹고 하자 하는 마음으로 집을 향했다. 그런데 막상 집으로 오는 길을 나선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말았다.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지나가는 승용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올 수가 있었다.
영양군 청기면 119지대장님 이란 분이 합승을 허락해 주었다. 이런 분을 만나다니 정말 운 좋다. 바로 딸네 아파트 앞에까지 태워다 주었다.
사는 게 이렇다. 나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물론 마음처럼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
모두들 말한다. 세상 어디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있을까?
「그건, 네 생각이고」
살아보면 물이 좋은 곳도 있다.
정자가 좋은 곳도 있다.
물론 아름다운 경치 속에 잘 지어진 정자가 있는 곳도 있다.
다만 도중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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