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취미 』

일흔너머 2009. 9. 28. 12:56

 

 

우리가 살아가는데 취미생활은 참 중요하다.
책을 읽는다거나 조용히 영화를 감상하는 것부터 건강에 좋은 운동이나 등산까지 그 분야는 다양하다. 자신의 경험을 넓히는 여행이나 기호 식품을 즐기는 것도 상관이 없다. 다만 너무 중독성이 강하여 한시도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취미가 사람을 몰아붙이면 곤란하다. 취미생활이 너무 앞선 나머지 본래의 삶을 잊고 그 취미생활에 빠져 옛말처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것은 큰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한 잔의 차를 즐기는 것은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정신적인 위안을 얻어 좋은 취미생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자제력이 있는 사람도 술이란 중독성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절제력이 강하여 항상 즐기는 정도에서 멈추는 경우이면 다행이겠지만 대개의 경우 친구가 좋고 분위기가 좋아서 흔히 말하는 끝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그 습관이 사람을 해쳐 결국 삶을 끝장보게 만든다.


화투나 포커 같은 게임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는 분위기가 되면 정말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사람 흉보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이런 게임의 특성상 금전적인 보상이 커야만 더 짜릿한 쾌감이 따르게 된다. 그래서 조금씩 금액을 올리다 보면 언젠가 얼굴을 붉히게 되고 우정에 금이 가는 상황이 오게된다.

 
평소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이런 게임을 한다는 것은 도박이다. 그것은 마약보다 더 해롭다. 마약은 자신의 몸을 망가뜨려서 죽음으로 끝이 나지만 도박은 자신의 주위의 아는 사람들을 모두 망치고 끝이 난다.


그런 면에서 취미생활은 운동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운동은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특히 함께 어울려 하는 단체의 경기가 아니면 더욱 그렇다. 등산이라든가 달리기가 그런 운동이다.


나는 젊은 날 낚시를 좋아했다. 십 년 정도는 거의 낚시에 빠져 살았다. 어느 날 또 테니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것도 한 십 년은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테니스보다 혼자 달리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퇴근을 하고 오면 바로 옷을 갈아입고 강변을 달렸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달렸다. 그것도 일주일에 서너 번이 아니고 거의 매일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운동도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었다. 하루도 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듯해서 뭔가를 잊은 듯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다.


결국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습관이 되어 강가를 달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무릎의 관절이 차츰 젊은 날 같지 않으니 처음 얼마는 달리는 것이 오히려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누가 말리지 않아도 달리기보다는 걷게된 것이다. 그것도 차츰 속도가 느려지더니 요즘은 거의 어슬렁거리는 산책 정도의 속도를 겨우 유지한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속도가 느려도 거리는 옛날과 차이가 없다. 산책을 마치고 몸을 씻고 느끼는 기분도 그 옛날과 다르지 않다. 거기다가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내 자신에게도 해가 되는 일은 없으니 운동은 훌륭한 취미에 속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산을 오르는 등산은 공기까지 좋은 곳에서 걸으니 얼마나 좋은 취미인가. 다만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 말이다. 등산을 갔다가 너무 무리해서 자신의 건강을 과신한 노인들이 심장마비로 혹은 고혈압으로 사망하였다는  뉴스가 하도 자주 나와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적당한 취미생활이 없다면 삶은 정말 무미건조할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거기다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단체를 이루고 함께 즐긴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취미로 모인 단체 생활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가까워지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또 삶에 대한 동반자 즉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취미는 사랑하는 이웃을 만드는 계기가 되고 더욱 즐거운 인생을 꾸려가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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