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에 길이 보이고 내려오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들을 가트라한다. 홍수가 심했을 때 붉은 건물까지 잠겼다고 한다... ]
여행 5일차.(2011. 06. 03. 金)
힌두교인은 갠지스강을 가장 신성한 강으로 여기고 있다. 히말라야 신의 딸 강가(Ganga)의 이름을 따서 붙인 갠지스, 오늘 우리는 바로 그 유명한 갠지스의 일출과 일몰을 보기로 하였다.
무슨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처럼 새벽 4시에 일어나 어둠 속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을 벗어났다. 거리는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고 간밤의 후텁지근한 공기는 깜깜한 길거리에 드러누워 자동차의 전조등이 비칠 때마다 비밀을 드러내는 부끄러움에 흔들리었다.
누구나 인도에 가면 그렇게 보일까? 개나 소나 심지어 사람조차도 한 덩어리가 되어 나뒹군다.
희미한 소잔등의 실루엣, 그리고 키가 조금 크다는 이유로 사람임을 드러내는 여명의 그림자, 누구나 노숙자가 되고 도사(道士)가 되는 곳이 인도다. 한번도 옳게 씻지 않은 사람처럼 가무잡잡한 피부에 헝클어진 머리칼, 거기다 초점 없는 눈으로 걸으면 미친 사람이 되었다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무어라 중얼거리면 그 흩어진 머리칼과 수염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무슨 깨달음을 얻은 도사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 우리나라 도깨비싸리 같은 나무를 꺾어다 놓고 '님 나무'라 했다. 일찍 시작하는 부지런함이 부시시한 머리칼에 있다.]
한참을 어둠 속에 달려가 내린 곳은 바로 갠지스 강의 강변 마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어둠 속에 한 여인은 좌판을 열었다. 우리를 잠깐 멈추게 하고 달려간 가이드가 20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막대기를 한 주먹 들고 왔다. 그리고 모두에게 하나씩 나누어주며 「님 나무」란다. 인도에서는 이 나무로 양치질 대신 이빨을 닦아서 치주염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다들 하나씩 입에 물고 찡그리며 씹었다. 가이드는 나중에 사용방법을 설명해 주겠다고 했지만 과연 효험이 있을까?
[ 온갖 잡동사니 속에 짜이를 담았던 잔의 파편이 많이 보인다.. 물론 완전한 것도 더러 있다..인도의 길거리는 대충 이렇다. ]
다시 한참을 걷다가 따뜻한 짜이 한 잔씩 하고 가자고 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짜이 한 잔씩을 들고 놀랐다. 찻잔이 유약도 바르지 않은 빨간 초벌구이도자기였기 때문이다. 입에 가져다 대자 찻잔이 입술에 착 달라붙었다. 물기를 빨아먹는 초벌구이의 특징이다. 가이드는 차를 다 마시면 그걸 던져 깨버리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회용이라 위생적이고 종이보다는 더 자연 친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흙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예닐곱 명의 젊은이가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지나갔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어깨에 흰 천으로 싸고 대나무에 칭칭 묶은 시신을 둘러메고 가는 것이었다. 아무런 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시신, 거기다가 여자인지 너무 작고 초라하게 보였다. 꼭두새벽, 어둠 속에서 시신을 보는 기분은 섬칫하다 못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가이드에게 지금 시신을 메고 가는 청년들이 무엇이라고 고함치는가하고 물어보았다. 가이드 말로는 「 신은 있다! 」라고 한단다. 예상보다 더 철학적이다. '그래, 신은 있다.' 그러니 그들은 믿고 인도 사람들은 마음이 편한 것이다.
[ 사람과 함께 자는 개들, 누가 더 편하고 누가 몸을 더 잘 접었는가 생각해 본다... 한마디로 이것이 인도다. ]
집사람과 강가로 오며 온갖 것을 둘러보았다. 갠지스강의 새벽은 한 마디로 개판이었다. 여기서 개판이란 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개가 많았다는 것이다. 너더댓 마리의 개가 사람과 함께 드러누워 자면서 나뒹굴었다. 우리는 그 사이를 뚫고 계단(가트)을 내려와 강가에서 배를 탔다.
최근에 이슬람교도들이 힌두교 사람들의 집회에 테러를 자행하는 경우가 있어 관광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아예 배를 타고 따로 관람한다는 것이다. 배는 노련한 사공 둘이서 천천히 저어 우리가 구경하기 좋도록 물을 거스르기도 하고 건너기도 하였다.
아침해가 떠오르기 전이라 아직 더위는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다. 건너편에는 화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미 화장이 끝나 연기가 가물거리며 꺼져 가는 곳도 있었다. 가이드는 '오늘 친구에게 전화로 죽은 사람 둘을 준비하라고 했다.'는 농까지 하였다. 우리는 인간 마지막 생의 절차를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 둔덕에 올라갔다.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가는 모래밭이었다.
부처님의 설법, 특히 금강경에 그렇게도 많이 나오는 항하(갠지스강), 그 모래를 밟고 만지고 하면서 감회에 젖어 있을 때 장사꾼이 다가왔다. 조그만 놋쇠로 만든 병에 그 모래를 담아 1달러라는 것이다. 집사람이 결국 꼬임에 빠져 하나 샀다. 나는 그러지 말고 차라리 비닐 봉지에 가득 넣어서 우리나라에 가져가면 많은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지 않느냐 하며 제법 큰 봉지에 담았다.
[ 멀리 갠지스 강가의 가트가 보이고 모레 둔덕에는 이렇게 개들이 흩어져 산다.. 무슨 인연인지? ]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리 주위에는 어슬렁거리며 다가온 들개들이 무리를 이루었다. 개를 좋아하는 집사람 주위에는 뭔가를 얻어먹으러 많은 개가 왔다가 사라졌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강 건너에는 여러 사람들이 아침부터 몸을 정화하기 위한 목욕을 하였다. 그 목욕을 하기 좋도록 계단을 만들어 가트라 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을 때 오늘 하루 이글거릴 붉은 해가 멀리 안개 속에서 솟아올랐다. 우리는 다시 강을 건너 돌아왔다.
[ 갠지스 강에 또 하루 붉은 해가 떠오른다. 산 자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아니면 생을 마감하는 영혼을 깨끗하게 거두어 가기 위해? ]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옛날 건물들이 즐비한 좁은 사잇길로 왔다. 대단했다. 이것은 길이 아니었다. 마구간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어두운 구석구석에 소가 드러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틈서리에 사람도 함께 끼어 있었다. 한 사람 눕히기도 좁은 공간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말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어젯밤 그렇게 구겨 넣은 몸이 지금껏 그대로 일지 모른다.
세상이 귀찮다.
텁텁한 강바람이 싫다.
하지만 삶에 지쳐 모든 걸 외면하는 그들에게 신(神)은 더 가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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