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잔차길,
다소 서늘해진 오후를 달리다 목을 축이려 잠시 쉬는데
어디서 나타난 한 마리 삽사리.
원래 삽살개는 지저분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 지금 상황이 무척 어렵단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털에는 가시덤불을 헤맨 흔적으로 두어 줄 상처가 보이고
옆구리는 언제 음식을 먹었는지 다이어트 하는 아가씨보다 더 움푹 패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건 곡물 시리얼 두 개뿐,
큰 해결책은 아니지만 우선 조각을 내어 조금 건넸습니다.
그 어떤 경계나 망설임 없이 꿀꺽,
허기가 심했던 겁니다.
두 번, 세 번,
그렇게 시리얼 두 개를 천천히 먹도록 나누어 건네고 물을 따라 주었습니다.
잠시 내가 이 삽사리의 주인이고 관리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지금 저 삽사리는 오직 입에 넣을 음식과 오래 돌봐줄 주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해 줄 것이 없습니다.
난 떠나야합니다.
-‘어린왕자’가 말하는 사랑, 그것은 길들인다는 뭐 그런 것,
너무 거창한 말입니다.
우린 그저 잠깐 동안 주고받은 관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삽사리는 호감을 보이며 꼬리까지 흔들었습니다.
떠나는 발길이 무겁습니다.
잠깐 스치는 인연이지만
세상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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