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송도 볼레길을 걷다 』

일흔너머 2013. 9. 30. 14:30

 

           

일제 강점기에 일본 거류민이 부산 송도에 ‘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수정’이란 휴게소를 지어 바다 기슭의 사장을 해수욕장으로 개발한 것이 우리나라 제1호 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이란다.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바닷물이 오염되고 백사장이 줄어 한동안 침체 되었다가 2000년부터 대대적 정비 사업으로 해변 공원-암남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암남공원 입구 들머리에서 남항대교가 있는 날머리까지 7Km 해안 길을 우리말 ‘보다’와 ‘둘레길’이란 말을 합해서 볼거리가 많은 길이란 의미로 ‘볼레길’이라 했다. 물론 여기 사람들은 갈매기가 나는 길이란 뜻으로 ‘갈맷길’이라고 해서 이정표에 씌어 있었다. 이름이야 뭔 상관인가? 경치에 맞도록 지어진 것이면 더 좋겠지만 여행자에겐 그저 경관이 아름다우면 된 것이다.

 

 

 

서늘한 갈바람을 맞으며 집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두도 전망대’ 앞에 섰다.

모지포 원주민들은 [대가리 섬]이라고 투박하게 부른다는 설명이지만 한자로 머리 두(頭)자와 섬 도(島)자를 써 두도라는 것도 느낌은 마찬가지다. 다만 뫼 산(山)자와 새 조(鳥)자를 합해서 섬 도가 된 것을 재미있게 표현해 놓았다. 산 위에 새가 날아다니는 것이 섬이란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산기슭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이번 산책길은 정말 시원한 요즘 말로 힐링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보다 남쪽이라 식물들도 다르다. 우리나라가 차츰 아열대로 기후가 변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캄보디아 여행 때 본 ‘모카’란 나무들이 가뭄에 잎이 말라 비틀어져서 길가에 서 있다. 그것도 군락으로 무리지어 서 있었다. 겨울 추위에 얼어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동섬을 지나 포장마차들이 모여 있는 위락지를 만났다. 주차장도 널찍하게 만들어 두었고 테니스장도 있어서 근사하게 보였다. 다만 방파제를 끼고 엄청난 낚시꾼들이 바다를 향해 앉아 있었는데 쓰레기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놀라운 것은 산에 가면 온통 등산하는 사람들로 넘치고 바다에 오면 이렇게 낚시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것이다. 야구장에도 그렇고, 잔차길에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레저문화다.

 

일행은 산비탈 제법 너른 곳을 찾아 가져간 점심을 나눠 먹었다. 역시 젊은 사람은 다르다. 그 무거운 막걸리를 가져왔다. 두어 잔 나눠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선다. 자치단체에서 많은 돈을 들여 해안 바위 사이로 산책길을 만들어 다니기가 편했다. 해수욕장에도 조형물을 설치하여 모래사장만 있었던 지난날과는 다르다. 하지만 철지난 바다는 역시 한가하다. 사람들이 없다. 어떻게 저 많은 상점의 상인들이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원래 송도라 한 것은 거북섬에 소나무가 자라서 소나무 송(松)자를 써 송도라 했다. 그 거북섬 주위는 송림공원이라 하여 잘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거북 모양의 바위를 깎아 마치 정말로 거북이가 바다로 나가는 형상으로 놓아 두었다. 하얀 거북 알을 모형으로 만들고 그 반을 쪼개 의자를 두어 사람들이 앉도록 해 두었다.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남항대교까지 천천히 걸어도 세 시간이면 충분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정다운 사람과 알콩달콩 사는 얘기라도 나눈다면 정말 짧은 거리, 금방이다.

여행의 절정은 배가 불러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는가?

우리는 부산을 통째 먹으려는 듯 자갈치시장을 찾았다.

 

버스 안에서 왜 자갈치라 했는가를 물었더니 가시 생선과에 속하는 생선 이름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과거 전쟁 나고 남포동 시장이 열릴 때 그곳에 자갈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곳(處-처)을 경상도 사투리로 치라 부른다는 것, 그래서 자갈이 많은 곳이란 의미로 자갈치라 했다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자갈치에서 소문난 꼼장어 구이에다 시원한 맥주 한잔, 여행의 피로를 푸는 약이었다.

다만 어디가 진짜 자갈치 시장의 중심인지 7층 건물이 있다는데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긴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다.

누가 삶을 끝까지 보고 시원하게 다 마치고 떠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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