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하는 물건인고? 』 얼마 전부터 바닷가집 양변기에 물을 내리면 다시 채워지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다음 사람이 급하게 또 물을 내리면 아예 물이 없이 헛구역만 해 대었다. 저걸 고쳐야지고쳐야지 하면서 부품을 철물점에서 사다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요일 큰 맘 먹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쉬운 일이 .. 수필 2018.07.09
『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 』 촌놈 나이가 명함이라더니,어디를 가나 나이만 들이밀면 엔간한 일은 해결된다. 대구미술관에서 간송미술관 개관 80주년 기념 조선회화 명품전을 6월 중순부터 한다고 해서 궁둥이가 들썩거렸는데 마침 어제는 오후 시간이 한가하여 집사람을 꼬드겨 길을 나섰다. 안견, 사임당, 정선, 김.. 수필 2018.06.25
『 뻐꾸기 우는 산길 』 "자는 와 저래 우노?"한적한 산길을 걸으며 집사람은 먼데서 들리는 뻐꾸기 울음을 붙잡고 시비를 한다."자식새끼 남의 집에 맡긴 년 속이 편하겠나?"울다가 울다가 또 울다가 해 떨어지면 기진해서 엎어지겠지. 난 이런 뻐꾸기 우는 산길이 좋다.이름없고 야트막한 산에 크게 가플막지지 .. 수필 2018.06.15
『 홍도야 울지마라 』 온달(金 義淳) 붉은 색만으로도 곱다. 거기다 꽃이라니 모두가 탐했다.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름, 화류계 으뜸으로 치던 '홍도'. 잎도 없는 데 덜렁 꽃을 피운다. 늦여름 뙤약볕에 드러나는 욕정 차라리 여인의 젖가슴 같은 수밀도 고혹적 아픔이다. 사랑을 팔고 사는 홍등가 홀로 .. 시 2018.04.11
『 영춘화(迎春花) 』 『 영춘화(迎春花) 』 온달(金 義淳) 초록 마디마디 움켜쥐고 바둥거리다 기다린 만큼 나른한 우연히 만나듯 화사한 그 노란 인연들 마침내 담장을 넘는다. 봄이구나. 시 2018.03.26
「 하룻길 동백섬 」 게으른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여행도 새벽이 귀찮다. 신새벽은 아니라도 어둑한 동네 골목을 무슨 음모라도 꾸미듯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세시간 달린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십여분, 선착장도 조성되지 않아 아직은 구석구석 원시가 남은 동백섬 지심도, 그 신비의 뜨락에 발을 .. 기행 2018.03.12
『 친구 』 『 친구 』 온달(金 義淳) 멀리 떨어져 살아도 밤새 눈이 왔다고 들뜬 목소리로 신새벽에 전화를 주는 그런 친구가 있다. 조용한 산사의 침묵을 담아 하얀 사진을 찍고 세번을 쓸었다는 길 그 너머 밝은 웃믐이 앉아있다. 시 2018.01.10
『 씨레기 』 『 씨레기 』 온달( 金 義淳) 허기진 바람 눈발이 날리면 없어서 먹던 무 씨레기, 몸에 좋다며 또 먹는다. 늘그막에 웰빙은 무슨? 더 좋은 것 얼마나 많은데 눈 흡뜨고 꾸역꾸역 밀어넣는다. 팔자다. 시 2017.12.13
『 그때 그 공무원 』 날이 끄무레합니다. 아직은 더위가 한창이라야 하는 팔월 말인데도 차갑고 싸늘한 기운이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씹니다. 예보에도 없는 가랑비가 내리고 아스팔트는 촉촉이 젖었습니다. 잠시 볼일을 보러 나왔다가 도로에 흩어진 강냉이 튀밥을 보고 갑자기 옛 생각이 납니다. 그러니까.. 수필 2017.08.30
『 가우도(駕牛島)를 걷다. 』 오랜만의 연휴를 즐기고 싶어서 어디 가볼만한 데가 없는가를 살피다가 ‘여행자클럽’이란 곳에서 당일여행으로 ‘가우도’ 가는 일정이 있어서 집사람과 함께 참여했다. 하늘은 유월초의 싱그러움을 날리며 유난히 반짝거렸다. 나도 그렇지만 집사람은 요즘 오래 걷는 것이 부담이 .. 기행 201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