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겉모양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여기서는 제일 좋은 호텔이었고... ]
겉은 멀쩡한 호텔이었지만 우리 방에는 발을 들여놓자마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에어컨에서는 오래된 역겨운 담배냄새가 뿜어져 나왔고 방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시궁창 냄새로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얼른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려고 하니까 아내는 모기가 들어온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도저히 그대로는 방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몇 시간을 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고 기다렸다.
사람의 코는 이럴 때 편리하다. 후각 신경은 쉬 피로해 지기 때문에 곧 어떤 냄새가 나는지를 모르게 된다. 그리고 피곤은 우리를 꿈나라로 몰아 갔다. 가이드 말로는 한국사람들이 이런 짓을 한단다.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래서 그 담배냄새가 배어 있었던 것이었다.
밖에서는 밤새 천둥 번개가 난리를 쳤지만 피곤한 우리는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그 방에서도 세상 모르고 잤다.
캄보디아의 첫날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 이 열대의 꽃 이름을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 향기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달콤한 사탕을 한입 넣은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호텔의 주변을 살피다가 열대의 이름 모를 꽃에 취했다. 열대 식물은 온대 식물과는 달리 빛이 강렬하고 향기가 진한 꽃을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동물, 혹은 식물 자체가 독소를 함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풀이나 나무를 만지는 것은 자칫 큰 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20여 년 전, 태국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공항을 막 나서는데 어린 소녀가 꽃다발을 가져와 내 목에 걸어주었다. 물론 가이드가 시켜서 그랬겠지만 그때의 감동을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작은 서양란(신비디움)의 꽃잎을 엮어서 만들었는데 향이 그렇게 진할 수가 없었고 해서 나는 그것을 일주일 정도의 여행을 마치고 책갈피에 넣어서 귀국할 때 가지고 왔었다. 물론 세관을 통과할 때, 식물검역에 걸리면 큰 일이 나지만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그냥 좋아서 아내와 나는 그대로 가지고 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향기를 가진 꽃들이 길가의 가로수, 혹은 정원에 심어져 있었다.
처음엔 떨어진 꽃을 주워서 향기를 맡다가 나중에는 아예 제일 싱싱한 꽃을 따서 아내의 귀밑에 꽂아 주었다. 정말이지 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들른 첫 관광지가 앙코르 사원.
말이 사원이지 그것은 거대한 하나의 왕국이었다.
여기서 앙코르의 역사나 건축물의 형태나 그런 이야기는 나의 짧은 지식과 무딘 문장이 일일이 다 표현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될 그런 웅장하고 섬세하며 오묘함이 깃들어있는 건축물이었다. 다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또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 그리고 나는 안타까울 정도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돌무더기에 수천 년의 세월이 감기는 걸 보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말일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섬세하게 다듬어 만든 조각을 열대의 수풀이 엉겨붙어 자연으로 돌리는 현장 말이다. 이번 여행은 아무 곳에나 떨어진 한 알의 씨앗이 자연스레 싹이 나고 그 싹이 악다구니를 하며 살려고 발버둥치는 현장을 보러 왔다면 심한 말일까?
[ 자연의 위대한 힘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웅장한 모습이었다. ]
사람들은 [스펑]이라 했다.
열대의 나무 중 가장 쓸모 없는 나무란다. 우리가 쓸모 없다고 하지만 나무야 어디 그럴까.
이것이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錄之人-하늘은 녹이 없는 인간을 낳지 않고,)이요.
지불생무명지초(地不生無名之草-땅은 이름이 없는 풀을 낳지 않는다.)라 했다.
아무리 못나고 아무리 이름 없는 하찮은 미물이라도 세상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하늘의 이치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쓸모 없다는 그 스펑나무는 인간들에게 보아란 듯이 더욱 힘차게 사원의 구석구석을 휘감고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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