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별난 경험 -욕지도 바다낚시 』

일흔너머 2008. 5. 8. 22:39

 

친구의 권에 못 이겨 내키지 않는 바다 낚시를 갔다.
그것도 늦은 밤 아홉시가 되어서야 대구를 출발, 마산까지 시간 반 그리고 또 밤길을 한참 달려 밤배를 타고 욕지도 근처의 무인도 좌사리도까지 말이다. 배는 통영(統營) 인근의 어느 자그마한 항구(삼덕항)에서 출발하였다.

 

그 항구는 낚시꾼들이 배를 타려고 모이는 곳이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캄캄한 밤인데도 비롯하고 배는 곧 바로 항구를 박차고 망망 대해(?)로 뛰쳐나갔다. 멀미약을 미리 먹었지만 우리가 견딜만한 그런 파도는 아니었다. 삼십 여명을 태운 우리의 낚싯배는 쾌속정이 달리듯 뱃머리를 들고 우쭐대며 나가다가 파도에 부딪히면 공중제비로 번쩍 들렸다가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는 곁따라 선창에 던져지곤 했다. 멀미가 날까봐 누워서 전전긍긍 하다가 마룻바닥에 딱지 치듯 뺨이 한 순간에 철썩 떨어지는 것이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바로 그런 기분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으로 사십 여분이나 달려가 내린 곳은 아무도 반기지 않는 그저 커다란 바위섬, 좌사리도.

 

우리를 태워다준 배가 떠나고 인간의 빛이란 빛은 모두 감춰진 후, 남은 것은 온통 잔별로 가득한 하늘과 시커멓게 넘실대는 밤바다의 적막뿐이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팽개쳐진 상태였다. 나는 한순간 조용한 평화를 맛보았다. 물론 같이 간 친구의 목적대로 낚시도 잘 되어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우리가 바라던 이상의 대단한 조황(釣況)이었고 밤바람은 여름의 더위를 씻어가기에 충분하여 정말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시련은 아침해가 하늘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이 아무데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곧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마 아내가 나를 눕히고 우산으로 얼굴을 가려 모자의 챙으로 부채질을 해 주지 않았다면 널브러져 죽든지 바다로 뛰어들든지 무슨 일이 났을 것이다. 그만큼 내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아내의 부채질에 잠시 코를 골며 자더란다. 그리고 가는 이슬비가 내렸단다.

시원하게 식혀진 바위위로 바다 바람이 스치면서 우리는 이성을 찾았고 다시금 그 뜨거운 여름 햇살을 견딜 수 있었다.

 

약속한 배는 해가 중천에 떠올라서야 우리를 태우러 나타났다.

 

생전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고기(참돔)를 잡았지만 일반 낚시꾼들처럼 처음부터 큰 고기를 잡아야겠다 또 많이 잡아야겠다는 욕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황은 그저 별난 추억의 한 자락에 묻혔다.

다만 밤을 새우며 지난 그곳,

욕지도 옆의 「좌사리도」에서의 추억은 「알고 싶어하면(欲知)」이란 이름처럼 뭔가를 얻고 또 알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욕지(欲知島)의 한 자락을 열어 주었으며 잔별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밤하늘과 별난 경험을 던져준 것은 아닐까?

 

낚시꾼들과 어울려 돌아오는 뱃길은 한려수도 잔잔한 바닷바람과 함께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