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의 하늘에는 아름다운 저녁놀이 가히 꿈 같았다. ]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행을 하면 평소 가보고 싶은 곳을 하나 정하고 거기에 연관된 다른 이름난 곳이 있으면 간 김에 함께 보는 것을 나는 즐겨한다.
예를 들면 북경을 간 김에 약간 떨어진 서안까지 가보고 온다든가, 홍콩을 간 김에 마카오를 들러서 보고 온다든가하는 그런 것을 말한다.
이왕에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간 경우 약간의 비용과 수고를 더하면 다시 오기 힘드는 여행이니 만큼 둘러보고 오는 것을 말한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다.
앙코르만 여행을 하는 것보다는 간 김에 베트남의 하노이 그 하롱베이의 절경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코스를 찾다보니 결국 대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없어서 부산을 가게 되었다. 그것도 베트남항공을 이용하여 호치민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섯시간 가까이 여행하고 쉬지도 않고 또 씨엡립으로 가야하는 것이었다.
[ 씨엡립 공항 청사 앞에서 나는 정말 어색해 했다. 방금 내린 비가 싸늘한 느낌을 주었고 땅은 열기에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
씨엡립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공항의 아름다운 건물을 보고 놀랐다.
일반적인 공항 건물이 아닌 태국의 사원 같은 모양으로 지어졌으며 아담한 단층 건물이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사진을 찍거나 둘러본다고 보안을 핑계로 까다롭게 저지하는 사람도 없어서 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캄보디아 비자를 내려고 가지고 간 사진을 잃어버리고(가이드가 잃어버렸지만) 가이드에게 이래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돈만 주면 되니 걱정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이 나라만큼 공무원이 썩은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무원은 공항청사에서 컴퓨터에 대고 카드게임(카드를 마우스로 옮겨 같은 것끼리 모으는 게임)을 하고 놀고있었다. 나라의 월급으로 살면서 때때로 부정으로 치부하고 일은 않고 공공의 업무를 봐야할 컴퓨터로 오락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첫날부터 여행은 강행군으로 이어졌다.
씨엡립에 도착하여 호텔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다른 아무 것도 하기에는 어중간한 그런 시간밖에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지평선을 넘어가는 열대의 석양을 보며 이국의 정취를 맛보는 것으로 하루가 끝이 났다.
그런데 여름의 긴 낮 시간과 대조적으로 밤은 짧아야하지만 해가 지고 난 다음의 칠흑 같은 밤은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이 나라의 유일한 고속국도라는 6번 도로는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서 약간의 사람들이 오가는 시골 밤 풍경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고 천지가 깜깜했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정말 많은 별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내일은 바빠도 별을 보리라 다짐했지만 여행기간 동안 한번도 별을 보지는 못했다. 밤마다 비가 내리고 어쩌다 맑은 날은 내가 피곤하여 일찍 곯아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비가 갠 아침을 상상해 보라.
맑은 하늘, 깨끗한 공기, 그리고 촉촉하게 이슬을 머금은 풀잎들,
나는 그런 생각으로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려 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따가운 열대의 태양과 푹푹 찌는 열기가 우리 앞에서 이 여행이 얼마나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암시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날 아내는 약해진 건강 탓인지 멀미까지 하고 다른 한 분은 이틀동안 식사 때만 되면 밥을 받아두고는 먹지도 못하고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끼니때가 되었으니 먹으려는 욕망은 있어서 자리를 함께 했지만 밥을 받아들일 만한 몸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그렇지만,
건강이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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