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그 앞에는 '파티마병원'부터 법원을 지나 범어네거리까지 약 1Km가량을 히말리야시다가 목발 같은 철구조물을 두른 채 수십 년 간 견뎌 오고있다. 그것도 매년 가지가 엉성하도록 쥐 파먹은 꼴로 전정을 해야만 바람을 이기고 버틸 수 있다.
원산지가 히말라야라서 이름도 [히말리야시다(雪松)],
우리 나라 남부에서 널리 재배되고 상록침엽수로 생장이 빠르며 아무 토양이나 잘 자란다. 다만 뿌리가 얕게 뻗고 입이 무성하여 바람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잘 넘어지는 약점이 있다.
거기다가 우리 나라를 지나는 태풍은 바람뿐만 아니라 많은 비를 동반하는 관계로 그 피해가 크다. 특히 먼저 비를 뿌리고 흙이 물에 젖어 땅이 물러졌을 때 바람이 불면 엔간히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라도 지탱하지 못하고 넘어지고 만다. 그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이 히말리야시다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풍토에 잘 견디지 못하고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무슨 영문인지 요즘 온 산천을 덮고 있다.
십여 년 전에 경주 남산 '통일전' 뒤편으로 등산을 하다가 온통 히말리야시다가 산을 덮고 있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소나무는 우리 나라의 기상인데 어찌 이 남산까지 이런 나무를 심었는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산을 오르면서 보니 십에 서너 너덧은 넘어져 뒹굴었다. 그들은 심겨져 있다기보다는 드러누워 있었다고 하는 편이 나았다.
나무는 보통, 사질 토양에서는 물을 찾으려고 그 뿌리를 깊게 내리기 때문에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우리 나라 대부분을 덮고있는 단단한 황토에는 뿌리도 옳게 내리지 못하고 비바람이 불면 그냥 넘어지고 만다. 이번 태풍 '매미'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선열공원에 그리고 고속도로 주변에 그저 넘어진 나무는 이 '히말리야시다'가 대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은행나무는 뿌리가 깊고 목질이 단단하여 우리 나라의 풍토에 잘 맞을 뿐더러 생화석(生化石)으로 자연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품종이다. 또 은행은 자람이 더디고 병충해에 강하여 살충살균을 할 필요가 거의 없어서 인건비가 비싼 요즘은 해마다 웃자란 나무의 전정과 병충해 방제 등, 가로수를 관리하는 엄청난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가로수로 특히 각광 받는 수종이다.
느티나무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 자생수종으로 천년 이상을 생존하며 황해도 이남과 중국, 일본 및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재목은 건축, 가구 어디든 단단하고 좋은 재료로 쓰인다. 국내 어디에나 분포하고 심지어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에서도 자랄 수 있다. 그래서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정자나무로 많이 이용하였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어디에 어떤 나무가 적합했는지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좋은 증거다. 외래 수종인 아카시아와 함께 히말리야시다도 차츰 안전하고 유익한 수종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로수를 심을 때는 마구잡이로 아무렇게 심을 것이 아니라 이런 장단점을 배려하여 수종을 골라 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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