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공항>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다.
오해를 남길 여지가 있는 종교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종교를 두둔한다거나 어느 종교를 폄하한다거나하는 편파적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겠다.
카톨릭재단에 속한 학교에서 근무하였으나 개인적으로는 불교신자였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방관자로서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본 객관적인 편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성지순례라고 따라가 보았다.
부산 어느 구석진 곳에 마련한 기념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는 그들이(카톨릭 신자) 보고 놀랄만한 역사적 물건이 있었다. 이름하여 '황사영 백서'였다.
역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은 안다. 카톨릭 신자라면 부끄러워 해야할 내용이다. 교황이 청나라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어 조선도 선교사를 받아들이게 하거나, 조선을 청나라의 한 성(省)으로 편입시켜 감독하게 하자는 것, 그리고 서양의 그리스도교 국가들에게 호소하여 배와 군사를 조선에 보내어 조선국왕으로 하여금 전교사(傳敎師)를 받아들이거나 조선이 정복되는 것 중 하나를 택하자는 내용이다. 자신의 종교를 위해 나라를 판 것이다.
이런 내용들을 성지순례라고 일부러 돌아본다는 것은 기가 막히는 노릇이었다. 성질에 그냥 넘기기도 뭐하고 한 마디 거들게 되고 결국 티격태격하는 꼴이나고 해서 누가 성지순례를 함께 가자고 하면 바쁜 일을 핑계로 늘상 빠져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로 선생님들 위로 차원에서 해외로 그것도 일본 성지순례를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교가 거의 불교에 가까운 일본으로 카톨릭 성지순례를 간다는 것이 이상하였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니 마음이 내키지 않아 참가하지 않으려고 물러나 있는데 교감이 억지로 등을 밀었다. 내가 불교신자인 줄 아는 교감선생님은 카톨릭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생각한 나머지 '김 선생님, 가서 미사를 하지 않아도 되잖습니까. 거저 며칠 온천이나 즐기시고 푹 쉬다가 오십시오. 순번이 되었는데 안 가면 그것도 모양 같지 않고….'하며 몇 번이나 꼬드기었다.
결국 새벽에 일어나 김해로 가서 후쿠오카[Fukuoka 福岡]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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