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아는 것이 우환(憂患)이다. 』

일흔너머 2008. 11. 24. 10:21

 

 

맹자[孟子] 이루상(離婁上)에 나오는 말씀으로 인지환 재호위인사(人之患 在好爲人師)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병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를 좋아하는데 있다는 뜻으로 남을 가르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는 체하는 것이 사람의 병중에서 가장 큰 병이라는 것이다.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뛰어난 인물이라면 대부분이 무장(武將)들만 기억하기 마련인데 글이나 혹은 문관으로 비상한 재주를 가진 인물을 기억한다면 적어도 책을 몇 번은 읽은 독자이다.

그 중에서 조조의 진중에 양수(楊修)라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인물이 있었다. 그는 여러 가지의 임기응변으로 조조의 속마음을 읽게 되고 조조로부터 칭찬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간웅 조조는 마음속으로는 양수의 재주를 시기하고 꺼려했다.

 

특히 가까운 심복들도 믿지 못하는 조조는 시자들을 거짓말로,
"나는 꿈에 사람을 잘 죽인다. 내가 잠들면 내 옆에 절대로 가까이 오지 마라." 라고 위협을 주었다. 하루는 조조가 낮잠을 자다가 이불이 떨어진 것을 근시(近侍)가 집어서 덮어 주었는데 벌떡 일어난 조조는 큰칼로 근시의 목을 잘라 죽이고 다시 자는 것이었다. 한참 후에 깨어난 조조는 누가 근시를 죽였느냐 면서 슬퍼하고 후하게 장사 지내 주라고 하였다.

 

이후로는 조조가 꿈속에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모두 믿고 가까이 가지 않았으나 오직 양수만은 조조의 꾀를 눈치채고 죽은 근시의 장사지내는 날 조상(弔喪)하는 말이,
"승상이 꿈속에 자네를 죽인 것이 아니라 자네가 꿈을 꾸다가 꿈속에서 죽었네." 라고 하였다. 물론 이런 말은 모사꾼들을 통해 조조의 귀에 들어갔으니 조조가 좋아할 리 없었다.

 

한중을 치러 갔을 때 결국 양수는 행군주부로 하후돈의 진중에 있게 되는데 군호(軍號-요즘의 암구호)를 계륵(鷄肋-닭의 갈비로 버리기도 그렇고 먹어도 별 영양이 없어서 전선에서 망설이는 조조의 심정을 잘 표현한 것임)으로 정하는 조조의 마음을 먼저 읽고 곧 퇴각할 것이라고 여겨 미리 행리를 싼 죄로 겨우 34세의 나이에 처형을 당한다. 뒷사람들이 시를 지어 양수의 죽음을 조상한 것을 보면,
「........아깝다. 재주로 인해
몸이 먼저 죽는구나.
군사들의 보따리 싼 죄만이 아닐세.」
재주가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거꾸로 그 명(命)을 단축한 것이다.

 

증자(曾子)는 안자(顔子)를 칭찬하여

『능한 것으로 능하지 못한 사람에게 묻고, 많은 것으로 적은 사람에게 묻고,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차 있어도 빈 것 같았다.』

고 하였다.
요즘의 조금 안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떠벌리는 학자와는 달리 이런 안자와 같은 마음가짐이 바로 공맹(孔孟)을 배우고 유가의 사상을 실천하는 자세가 아닌가?

 

쓸데없이 떠드는 재주가 목숨을 잃게도 한다는 것을 알고,
남의 스승이 되려하지 말고 먼저 자기를 낮추고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자기발전과 다른 사람의 시기보다는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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