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알고 짓는 죄 』

일흔너머 2008. 11. 26. 22:42

 

 

장래 살아갈 사회를 대비하여 양심과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곳이 학교다. 때문에 학생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학생을 불러다 놓고, "알만한 녀석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느냐?"
라며 나무란다. 그리고 모르고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여
"몰라서 한 짓이니 다음부터는 조심하고 절대 그런 짓을 하지 마라"
하고 훈계를 한다.

 

그러나 자신이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으로 잡아떼면 양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더욱 나쁜 녀석으로 벌을 준다.

잘못을 저지른 경우 차라리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반성하며 용서를 비는 것은 커 가는 젊은이로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권장하여 지도한다.

 

사회에서는 다르다. 자칫 학교에서처럼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면 되겠거니 하다가는 큰일난다. 한마디로 너무 큰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이다. 파출소 경찰에게는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끝까지 부인(否認)해야한다. 시인하는 순간, 용서보다는 바로 시인한 잘못에 대한 처벌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사회의 법은 약자에게만 지키도록 강요되고 강한 자는 빠져 달아난다는 의미에서 거미줄이나 그물에 비유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법을 우습게 보고 바늘 같은 구멍만 생겨도 비집고 빠져나가는 천성을 가진 인물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실력이나 능력보다 더 높은 지위나 직책을 원하다보니 정도(正道)를 벗어나게 되고 결국에는 법도 무시하고 권력에 야합하여 비리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와 가진 능력을 알고 겸손하게 사양하는 사람이 죄를 짓는 경우는 실수 이외에는 드물다. 그러나 막상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법정에 서게되면 양심적인 사람이 더 많은 처벌을 받게되고 권력에 빌붙어 아첨하는 무리들은 어떻게든지 빠져 나와 처벌을 면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다. 그리고 그들 야비한 무리들은 법을 비웃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밉다.
특히 정치권에서 국민 화합의 차원 운운하면서 판사가 어렵사리 내린 형량을 얼마 되지도 않은 집행기간에 풀어 줄 때 정말이지 나는 세상 살맛을 잃는다. 그런 일이 어쩌다 있다면 한마디로 충격적이어서 오랫동안 회자(膾炙)되지만 너무 자주 그것도 공공연히 일어나기 때문에 결국 사회의 정의(正義)가 무너지고 만다.
나는 그것이 걱정되고 미운 것이다.

 

종교에서 다루는 죄 값은 다르다.

일전에 어느 스님이 나에게 물었다.
"알면서 지은 죄가 무거울까요? 아니면 모르고 지은 죄 값이 더 무거울까요?"
나는 싱긋이 웃으며 장난같이 물어오는 스님의 질문에 그저 깊은 의미를 갖지 않고 사회통념상으로 답했다.
'알면서 왜 나쁜 짓을 한단 말인가?' 그러니 알면서 지은 죄가 당연히 더 무거우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스님은 벌겋게 달아서 뜨거운 쇳덩이를 뜨겁다는 것을 알고 만질 때와 모르고 덥석 쥘 때 어느 경우가 더 화상이 깊은가를 예를 들어서 깨우쳐 주었다. 모르고 짓는 죄의 업장(業障)이 더 두텁다는 것이 불가(佛家)와 사회의 차이라는 것이다.
결국 모른다는 것은 죄악인 것이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무슨 이유에선 지는 몰라도 법정기한 내에 하지 못하여 과태료를 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웃기는 것은 호적계의 서기가 사유를 적는 데 옆에서 보니까 '무지의 소치로' 운운 하는 것이다. 그 아이의 부모들은 학력이 대졸에다 대학원졸로 되어 있어서 웃고 말았다.

 

요즘 우리 사회의 큰 병폐는 모르고 짓는 죄로 인해 주위 사람들의 동정을 받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알면서 자신의 이익이나 편리를 위해 저지르는 죄악으로 인하여 사회 지도층인사들이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올바른 민주시민을 목표로 교육하고 가르쳐서 의무와 책임을 다 한 후에야 비로소 권리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게 하여야한다.

 

그리고 죄를 지었을 경우에는 이 세상의 법에 따라 누구나 공평하게 처벌을 받으며 혹시 빠져 그냥 지나친다고 해도 결국 저 세상에서 나머지 처벌이 더욱 혹독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배우게 하여 삶을 더욱 겸허(謙虛)하게 받아들이도록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건방지게 고개 빳빳이 들고 힘없는 우리들은 꼬박꼬박 지키는 법을 우습게 여기며  큰소리 치는 파렴치한 정치인들은 하루 빨리 도태(淘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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