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에 보면,
「잘 모르면서 말하는 것은 무지이고, 알면서 말하지 않는 것은 불충이다. 신하로서 알면서 말하지 않는 불충의 죄를 지은 자는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 하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자 또한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사태를 잘 모르면서 함부로 지껄인 자 누구이며,
정확한 예측으로 불충의 죄를 짓지 않고 충언한자 누구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미네르바의 이야기 가운데 틀린 점들을 끄집어 내 그를 '허위 사실 유포’로 처벌하려고 합니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주가가 3,000까지 올라간다며 펀드를 당장 사라고 재촉했던 이명박 대통령이나 막말 지껄인 강만수가 훨씬 더 중죄가 아닐는지?
이상은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미네르바의 구속수사라는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댓글이란 말 그대로 기사를 읽은 독자가 자신의 의견을 한 마디 써서 달아놓는 것이다. 이것이 모이면 여론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생각이 전파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길가에 집 못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건 길가에는 오며가며 길손들이 던지는 무책임한 의견이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서 계획과는 영 다른 집을 짓고 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여론을 들어 정책을 이끌어 가는 것이 실책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모으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물론 요즘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고 나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그 이기주의를 버리고 정말 보편 타당한 의견을 내는 독자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댓글은 여론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요즘의 댓글은 정치성을 띠어서 어느 한 편에 서서 다른 정당을 욕하고 모든 사안에 무조건 위정자를 갖다 부쳐 욕하고 그러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 차라리 그렇게 욕하려면 지난 일을 꼭 집어내어 이래서 나쁘다거나 저래서 안 된다는 이유를 피력해야 한다. 바로 위의 댓글처럼.
나는 지금껏 댓글이라면 쉽게 읽고 지나쳤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다가와 감동을 주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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