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산동성 기행-대륙의 시간』

일흔너머 2008. 4. 6. 13:20

 

옌타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현지시간으로 4시 정도였는데 숙박 장소인 위방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산동은 우리와 한 시간의 시차를 갖는데 대구 출발이 3시 반이었으니 한 시간 조금 더 걸린 셈이다.

현지 안내인은 교포 4세였는데 스무남은 살 정도의 연변 총각이었다.
촌티를 벗지 못한 얼굴에 흉터까지 있어서 첨에는 잡상인으로 알았다.

그러나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함께 하는 며칠동안 얼마나 정이 많고 싹싹하고 친절한지 나중에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울먹이기까지 하였다. 성이 순흥 안씨였는데 특히 중국고대사에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나와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첫날은 그저 호텔에 가서 저녁을 먹고 자는 것이 일정의 모두였다.

안씨가 우리에게 안내한 첫 번째 이야기는 중국 사람들은 느긋하니 앞으로 모든 일정을 느긋한 맘으로 소화하라는 것이었다.

일주일간 줄곳 함께한 운전사는 사십대로 보이는 성이 마씨인 중국 한족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라면 낡은 버스지만 중국에서는 아주 인기가 좋다는 데 타고 다니면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가 있었고 에어컨도 춥다며 '꺼라'고할 정도로 빵빵하게 나왔다.

 

잠시만 가면 위방에 도착하고 저녁식사를 할 것이라고 안씨가 얘기를 했지만 그 잠시라는 것에 우리 모두는 지치고 말았다. 탁 트인 고속도로, 아무런 교통정체도 없는 도로를 계속 달리는 것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 짜증을 내던 사람들이 두 시간이 지나니까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우리 나라 같으면 휴게소에서 군것질이라도 하련만 이건 아무런 부대시설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안씨를 졸라 화장실(厠所:처우소라 발음했다)은 갈 수가 있었는데 그것도 오직 볼일만 보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 나라 러브호텔 들어가는 식으로 비닐을 세로로 늘여 뜨려 놓은 문을 지나서 들어간다. 아마 파리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았다.

 

결국 위방에 도착한 시간은 깜깜한 밤이었고 그때가 8시 반 정도였을 것이다.

우리 나라로 치면 9시가 넘었으니 모두들 굉장히 시장하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운전사 마씨는 도로의 제한속도는 110킬로였는데도 칠 팔십 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는 않았다. 중국 사람을 [만만디]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십여 년 전에 중국의 최고실권자 등소평이란 분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 오늘은 마칠까 한다.
등소평이란 분은 세상이 아는 작은 체구를 가졌다. 그러나 그분의 행적을 보면 커다란 대륙을 느낀다.

일본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일본 수상은 이것을 계기로 장사를 해야겠다는 속셈으로 '신간센'고속열차를 소개했다.

세계에서 제일 빠르고 시속 30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한참을 듣고 있던 등소평은 이렇게 질문했다.
"그래서 어디까지 갑니까?"
아무리 빨라봐야 작은 섬나라 안에서 설치는 것이다.
천천히 가도 우리는 대륙을 간다는 자부심을 한마디로 잘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