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산동성 기행-대륙의 아침』

일흔너머 2008. 4. 6. 13:38

하는 일없이 그저 비행기타고 버스로 호텔 와서 잠만 잘 잤는데도 아침은 피곤하기가 한량없었다.

둘째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커튼을 제키고 도시의 아침을 구경하였다.

똑바로 뻗은 편도 4차선 도로에 자전거나 수레가 다니는 넓은 길을 포함하여 인도까지 하면 거의 광장에 가까운 도로지만 사람들은 보이질 않았고 차도 어쩌다 지나갔다. 한참을 지켜보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터로 나가는 여인네가 두 서넛씩 짝을 지어 걸어갔다. 자전거로 가는 사람들도 자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도시 한복판에서도 무단횡단은 사람들 마음이지 자동차나 교통법규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여행을 하는 중에 하루에 작은 접촉사고 정도를 네 번이나 보는 날도 있었다. 넓은 도로에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차량으로 보면 역시 우리 나라는 교통사고 세계1위라고 하지만 통계가 잘 나타나지 않아서 그렇지 그들과는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호텔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데 군복을 입은 중국인이 지나갔다. 그래서 안씨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군인이 아니란다. 여행하며 군복과 비슷한 제복 입은 사람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사회주의의 잔재가 남아 그렇다고 했다. 물론 그 중에 진짜 인민군인도 있고 공안(경찰)도 있는데 공안은 두려운 존재라고 귀띔을 해 주었다. 운전을 하다가 빨간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나타나면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높은 사람이 아니면 공안이란다.

 

그러고 보니 중국 사람들은 붉은 색을 무척 좋아한다.

간판은 거의가 흰 바탕에 붉은 원색으로 씌어져 있었고 담장 벽도 붉은 색을 칠했다. 우리가 지도를 그릴 때 중국은 붉게 칠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들의 군대도 중공군(중국공산군)이라 하여 붉은 군대라 했다. 6.25때 북한을 도왔다. 참고로 [한국전쟁]에서 발췌한 피해 상황을 보면 엄청났다.

 

「6·25전쟁의 3년 간에 걸친 동족상잔의 전화(戰禍)는 남북한을 막론하고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었다. 전투병력의 손실만 해도 유엔군이 한국군을 포함하여 18만 명이 생명을 잃었고, 공산군측에서는 북한군 52만 명, 중공군 90만 명의 병력을 잃었다. 또한 전쟁기간 중 대한민국의 경우 99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남한지역을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는 동안 인민재판 등의 무자비한 방법에 의하여 '반동계급'으로 몰려 처형당한 억울한 희생이었다.」

 

세계대전보다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다. 이래서 북한과 중국은 우리와 미국관계에서 쓰는 혈맹이란 말을 하는 것이다. 특히 당시의 모택동 주석은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을 한국전쟁에 참전시켜 잃게된다.
우리의 지도자란 사람들 같으면 어떻게 하든지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 했을 것이고,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를 알아 벌써 해외로 빼돌렸으면 빼돌렸지 전쟁에 참여시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중국의 지도자와 우리 나라의 정치꾼과의 차이일 것이란 생각이 들자 왠지 서글퍼졌다.

 

최근에 발행된 [한국은 있다]란 책에서 성공적인 월드컵을 계기로 훌륭한 지도자를 앞세워 한 단계 도약하자는 말은 아예 집어치우고, 언제 우리가 지도자 잘 만나 나라가 발전한 적이 있었는가? 그러니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아 나라를 발전시키자고 했다. 작자가 여자인데도 그 발상이 얼마나 시근시근한지 몰랐다. 하기야 우리가 지금껏 당한 것이 얼만데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우리의 지도자라는 양반들 모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하고 오늘은 마치도록 하겠다.
전에 김 아무개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아들고 고향에 내려가 그의 아버지 앞에 그 당선증을 내밀고 절을 하면서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실제로 모 일간지에 실려 있었다.)

"아부지 제가 이걸 받을라 고 삼십 년 넘게 고생 했심더."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앞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 하겠다는 각오가 비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을 풀려고 대통령이 된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하기야 나라를 위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도둑질을 하려고 대통령이 된 경우도 있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쨌거나 대륙에는 조용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