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태어날 때는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크고 튼튼하고 강하게 태어난다고 한다. 유아사망률도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더 높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보다 섬세하여 바느질이랑 요리를 더 잘 한다고 한다.
실제 큰 호텔식당의 주방장이나 유명한 패션디자이너는 남자들이 많다. 심지어 미장원에서 솜씨가 좋아 인기 있고 화장을 잘하는 미용사도 대부분 남자다. 그런데 우리들의 보편적인 관념으로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요리나 바느질을 잘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맡기고 산다.
주위의 자질구레한 일상사를 벗어나 거칠고 위험하며 도전적인 목표를 향해 좀더 큰일을 하는 외향적인 남자를 사나이라 부른다. 여기서 진짜사나이가 되는 것은 주위의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만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본래는 약한 남자지만 여러 가지 시련을 겪고 다듬어져 정신과 육체가 다른 남자들 보다 강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지성(知性), 야성(野性), 그리고 삶에 대한 정열(情熱)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위에 딸을 둘 낳고 막내가 아들이다. 처음 그 녀석이 태어났을 때는 형편없이 약했고 두 누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여자아이들의 흉내를 그대로 내며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그래서 너는 사나이니까 그러면 안 된다 이것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귀가 따갑게 가르쳤다.
녀석은 사나이의 책무는 하기 싫어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아침에 이부자리를 누나가 정리하라고 하면 휑하니 나가며 하는 말이 '사나이는 그런 것 안 해!'라고 하기도 하고 잔심부름은 사나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용납해야한다고 녀석의 뒤에서 나는 든든한 아버지로 늘 후원했었다. 그렇게 녀석은 기(氣)죽지 않고 자랐다.
어느 날 아는 친척 아저씨가 찾아와 막내에게 물었다.
'너 남자지?' 녀석은 상상 밖으로
'아니오.'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너 여자구나?' 그 아저씨가 다시 물었다.
나는 속으로 이 녀석이 아직 어려서 자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모르는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의 대답은 의외였다.
'사나입니다.'
퉁명스레 내뱉는 녀석의 대답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어린 녀석에게 내가 얼마나 사나이를 강조했기에 이런 대답을 하는가?
그러나 막내가 차츰 커서 철이 들고 대학, 그리고 군을 제대하고 난 후 정말로 남자가 사나이로 된 모습을 보았다. 어두운 밤에 밖에서 개가 짓고 시끄러우면 제일 먼저 손전등을 들고 집을 둘러보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역시 사나이구나'하고 느낀다.
사나이는 결국 이렇게 주위로부터 여러 가지 요구와 간섭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라비아의 독립을 도왔던 영국인 로렌스는
「 천 마리 무리 중의 행복한 양이 되기보다 차라리 외로운 한 마리 사자가 되겠다. 」
라고 영웅적인 사나이의 고독한 심정과 처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 막내야 너는 지금도 내일도 영원한 사나이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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