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첫째와 둘째는 여자라 어릴 때부터 잘 어울렸다.
지금은 시집을 가서 따로 떨어져 살지만 어쩌다가 만나면 온갖 수다를 떨며 재미난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어쩌다가 요즘 아이들의 학원비가 장난이 아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사교육비가 어깨를 누른다는 뉴스를 듣고 하는 말이다. 나라에서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려고 중학까지 의무교육으로 만들어 모든 국민이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가지도록 하고있는데 거꾸로 가는 사교육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둘째가 하는 말이,
"나는 아이를 낳으면 내 아이는 학원에 절대로 안 보낼 거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모두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이를 가지면 그렇지 않다고 반대의견이 만만찮았다.
그때 둘째가 하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대학 동창들 중에 취직 안 되고 공부 못하던 친구들 죄다 학원 선생 하는데 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못난 학원 선생들께 어떻게 사랑하는 자기의 아이를 맡기겠는가 하는 것이 이유였다.
말인 즉 맞는 말이다.
지금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안된 이야기지만 가슴을 열고 양심껏 한번 생각해 보자. 대학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실력파라면 취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취직이 안 되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사회에 뛰어나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생긴 학원의 강사자리라도 차지한 것이다.
그러면 '학원선생이 다 그러냐?'하고 따진다면 문제다.
그렇지도 않다.
정말 그 중에 일부, 아니 몇 천명에 한 둘 정도는 교사임용을 앞두고 하는 수없이 학원의 강사라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수입이 좋아서 학교를 떠나 학원에서 인기 있는 강사자리를 차고앉아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실력이 있다면 오래 가지는 않는다.
금방 임용고시에 합격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나거나 아니면 자신이 학원을 차리고 원장이 되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 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후배가 그것도 실력이 있는 후배였는데 학원으로 간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과거에 학원에서 인기 있는 강사들은 정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는 주당 사십 혹은 오십 시간의 강의를 하고 어느 정도의 돈을 모으면 학원을 차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대학은 나오고 취직은 안 되고 결국 취업을 위해 찾아 나선 곳이 일일시험지 교사거나 학원 강사인 것이다. 이런 선생님에게 어찌 사랑하는 자신의 아이를 맡길 수 있느냐는 둘째의 생각에 아무도 이의(異意)를 달 수 없었다.
앞으로 학원 교사의 질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둘째가 말하듯 학원에 보내는 것은 생각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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