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하이 패스 』

일흔너머 2009. 1. 30. 10:45

 

 

언제부턴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막 들어서면 '하이 패스'를 이용하라는 안내가 들린다. 그런데 그 안내에는 '환경보호를 위해서 '하이 패스'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자화폐를 이용하면 비닐 종이가 사용되니 그걸 아끼라는 이야긴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니 톨게이트에서 자동차가 정지하면 쓸데없이 배출가스가 나오니 그것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표를 받을 때, 또 요금을 낼 때 자동차가 정지하지 않으면 배출가스를 줄이고 공기는 깨끗해 질 것이다.


그런데 막내는 그 '하이 패스'를 하지 말라고 했다. 왜 그라느냐 고 물으니 곧 기존 '네비게이션'에 '하이 패스'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장착될 것이란다. 지금은 '하이 패스' 단말기를 수 만원을 주고 구입해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네비게이션에 '하이 패스 프로그램'만 장착하면 되는 것이란 이야기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편리하다는 하이 패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첫째는 고속도로에서 특히 톨게이트에서 정체되는 것은 도로공사의 책임인데 왜 단말기를 이용자가 돈을 내고 사야하는가. 하이 패스를 이용하면 징수원이 줄어들어 그 인건비만 하더라도 대단할 것인데 그것을 도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부담 지운다는 것은 잘못이다. 무료로 나누어주고 이용요금만 받아야지 도로공사의 편리를 위해 고객이 비용을 댄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는 이유다.


둘째는 톨게이트에서 티켓을 빼려고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통과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공해도 없고 좋겠지만 모두가 '하이 패스'를 이용하면 요금을 징수하는 징수원이 한 사람도 필요 없어졌을 때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빠르고 공해가 없어서 편리하다는 것만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 일자리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가. 자동화나 기계화가 이루어지면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거저 편리를 쫓다가 결국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서가는 일본의 경우 톨게이트마다 사람이 기다린다. 그들이 편리를 몰라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나라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합리와 깔끔을 떠는 그들이다. 그런데 톨게이트에는 아무런 자동화가 없고 모두가 사람이 징수하고 있다. 그것도 얼른 보아서 예순은 넘은 바깥노인들이 돈을 받고 거스름을 건네며 영수증에 하나하나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느릿하게 하는 동작으로 보아 자동차들이 밀릴 것 같아도 일주일 여행하는 동안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 했다. 행동이 민첩하고 예쁘고 젊은 아가씨들이나 아주머니들이 근무하는 우리 나라의 도로공사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음식점에서 흔히 말하는 '써빙'이라는 걸 하는 사람도 우리 나라처럼 젊고 예쁜 여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안노인들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젊은 여자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가 하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공장에서 일한다는 것이었다. 젊어서 잽싸게 움직이는 사람이 공장에서 생산직에 근무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이것이 합리고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하긴 지금껏 보고 배운 것이 젊은 여자들이 음식을 나르고, 은행 창구를 지키고, 또 차표를 팔거나 심지어 얼굴도 보이지 않는 조그만 구멍을 통해 돈과 표를 건네는 극장의 매표소까지도 모두가 젊은 여자들이 해야한다는 상식으로 살아온 우리들이다. 노인들이 발권 창구에서 일한다는 건 감히 상상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도로공사처럼 고객의 입장에 서서 어떻게 하면 양질의 서비스를 할까 하는 것보다는 도로를 만들어 놓으니 자동차들이 다니는 것이고 거저 편리하니 만들어 내밀면 될 것이라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까짓 지들이 안하고 배길까 하는 발상,
그 생각들이 바뀌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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