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세상에는 사람이 산다 』

일흔너머 2010. 4. 2. 23:25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실종되고 국민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매스컴은 연일 백령도의 사건만 다루고 사회는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모르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모두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되어 혹시나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빨리 구조해야한다는 명제를 안고 서둘렀다.
 
한시라도 빨리 구조를 해야한다고 몸을 돌보지 않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 특히 기상 조건의 악화로 구조활동을 하던 사람들조차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사명감에 충실하던 군인, 두 자식의 아버지, 한 아내의 남편, 단란한 가정의 기둥이었던 아름다운 생명이 유명을 달리하였다.
故 [한 주호] 준위.

 

이태 전, 연예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예쁜 여자 배우가 죽었다.
뭐 구태여 죽은 이유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이라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 배우가 자살했다는 것밖에 다른 아무 것도 모른다.

 

나중에 그 유골을 훔쳐간 세간의 사건들하며 온갖 화제를 뿌렸다. 그리고 잠잠해지려고 하자 며칠 전 그 동생이 죽었다. 마찬가지로 자살이란다. 그가 왜 자살을 했는지 역시 그 이유를 모른다. 다만 누구는 살려고 아옹다옹하고 또 누구는 살리려고 발버둥치다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팽개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응급실로 데려가 보라. 의사들은 절대로 서둘러 그 사람을 돌봐주지 않는다. 다른 환자들을 다 보살피고 시간이 남을 때 그때서야 자살하려던 사람을 치료해 준다. 이유는 목숨을 가볍게 보는 사람에게는 의술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가만히 두어서 죽으면 자살하려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상 동물들 중에 인간만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아무리 살기가 어려워도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팽개치는 그런 동물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독한 것이 인간인가?
인간이 사는 사회가 독하다는 말인가?

그래도 세상에는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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