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바닷가 전원주택 』

일흔너머 2010. 5. 20. 13:18

 

 [ 베란다에서 밖으로 내다보고 사진을 찍으면 온갖 전깃줄이 방해를 합니다. 바다를 어지럽힙니다...! ]

 

조용히 깊어가는 밤을 파도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외에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보내고 있습니다.
작은 탁자 하나 앞에 두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봅니다.

퇴직을 하면 언젠가는 공기 맑은 시골로 가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보내리라하며 동경했는데 막상 퇴직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온갖 여건이 옭아매는데 도저히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가 전원주택을 어떻게 짓느냐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허가는 어떻게 하고 세금은 또 얼마나 내는지 하는 그런 부동산에 대한 정보에 너무 어두웠습니다. 물론 용기도 없었지요. 항상 뒤를 염려하다보니 만약 나중에 그만 둘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우선 가서 살아보고 결정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둘째가 사는 경북 북부의 오지 영양에서 한달 가까이 지내보았습니다. 무척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름 한철이었으니 한창 더울 때 잠깐 시원한 곳으로 피서를 간 것과 같았습니다. 나중에 추운 겨울이 되어 다시 가보니 이건 아니었습니다. 항상 좋은 곳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지요.

 

그래서 낸 결정이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는 것보다는 마음에 드는 곳에 잠시 세를 얻어 한 일년 지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제자가 동해 바닷가 작은 읍사무소에 근무를 하여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과 함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 일년 살아보자고 말입니다.


이층 아파트인데 훌쩍 뛰어내리면 바로 바다에 빠질 것 같은 그런 거리입니다. 베란다의 창을 닫고 이중으로 방문을 닫았으니 말이지 그냥 열어놓고 있으면 파도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입니다.
까짓 여기서 한 일년 지내다가 싫증이 나면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되겠지, 내 집도 아니니 위치가 어떻고 시세가 어떻고 하며 신경 쓸 일도 아니고, 싫으면 홀가분하게 그냥 돌아서면 될 것 입니다. 얼마나 마음 편합니까.


그런데 여기 와서 보고 알았는데 어지간히 위치가 좋은 곳은 도시 사람들이  땅값이 오를 것에 대비해 다 사놓았다는 겁니다. 좋은 말로 투자, 나쁜 말로 투기를 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다가 기다리던 고속도로가 대구에서 포항으로 나는 바람에 이곳 땅은 찬밥 신세가 된 것이지요.

 

매물이 참 많았습니다. 제게도 헐값에 사라고 난립니다. 하긴 일제 때 ‘제물포’와 이곳이 함께 읍으로 되었는데 이곳은 지금 인구 3만이 채 안 된다고 하니 빈집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제물포는 우리나라의 3대 도시가 아닙니까. 이런 걸 보면 정말 모를 일이 내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나는 내일 일은 어떻게 돌아가든 몰라도 됩니다.

이곳에 투기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공으로 파도 소리 들으며 뜨끈한 미역국에 밥 말아 목이 메도록 퍼 넣고,

어쩌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는 날은 붉은 해가 떠오르는 바다나 허기진듯 싫컷 바라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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