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도치 같은 나쁜 친구의 꾐에 빠져
잠을 설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얼른 세수하고 아침도 먹지 못하고
6시 20분 동대구발 강릉행 열차를 탔습니다.
부부가 셋에다 친구 둘까지, 여덟이 의자를 돌려서 마주하고 떠들었습니다.
묵호 도착이 거의 12시, 무려 여섯 시간을 기차에서 시달렸습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깁밥, 떡, 삶은 달걀, 어지간히도 먹었습니다.
거기다 소화제로 술까지 마셨습니다.
하지만 떠들다 보니 시장기는 항상 따라 다녔습니다.
묵호에 도착하자마자 찾는 것은 먹을 것이었습니다.
우선 점심을 먹자고 묵호항 근처의 회센타라는 곳을 찾았습니다.
거기서도 늙수레한 할머니의 꾐(?)에 또 속았습니다.
회도 맛있고, 매운탕도 좋다며
배가 동그랗고 거무퉤퉤한 복어같은 생선을 귄했습니다.
이름하여 「도치」
회를 해주는 식당에서 기다렸더니 그것은 싱싱한 회가 아니고
뜨거운 물에 튀긴 상어(돔배기)데침 같은 것이었습니다.
[ 뼈도 물렁뼈라서 그저 토막만 낸 상태의 껍찔 입니다. 물론 살도 없고 맛도 없습니다...! ]
살은 없고 야문 것이 미끄러워서 입안에서 씹히지 않고 그저 돌아다니는 겁니다.
물론 생선 특유의 맛도 없고 그저 물맛이 납니다.
그러니 초장 맛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식당의 초장이라는 것이 어디 집에서 만든 것처럼 특별한 맛이 날 리가 있나요.
다들 나이를 먹어서 이빨도 성치 않은지라 불평이 대단했습니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도다리」를 따로 사서 먹고 도치는 포장을 해서 돌아오며 먹기로 했습니다.
여섯 시간의 지루한 기차여행으로 잔뜩 지친 일행은
돌아오는 여섯 시간도 그저 술만 죽이며 그렇게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누가 묵호를 간다면 도치회는 먹지 마라고 말리고 싶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과거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생선이
요즘 하도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도치도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쥐치나 아귀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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