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만두 시내를 벗어나면서 제법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
나마스테(Namaste),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한 인사말이다.
'그대 안의 신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라고 하지만 실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여행자이기 때문이리라.
잘 잤다.
방에 들어설 때 온갖 냄새가 코를 찔러서 바꿔달라고 했더니 어째 운 좋게 디럭스 룸을 차지하게 되어서 그런지 밤새 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잘 잤다. 호텔 아침이야 어딜 가나 똑 같다. 하지만 네팔과 인도는 다르다. 빵도 그렇고 수프도 그렇다.
자기들 나름의 맛을 내려고 그러는지 몰라도 아예 입에 대기도 싫다. 그저 우유 한 잔과 오이 몇 조각으로 먹었다는 흉내를 내본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오이는 정말 많이도 먹었다. 거기다가 양파, 토마토 몇 조각을 얹어서 말이다.
아침 8시, 포카라로 향한다.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카투만두는 분지라서 시내를 벗어나려면 무조건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판자와 약간의 양철 조각이 지붕을 이루고 몇 개의 붉은 벽돌이 버티는 피난민 촌이 연상 대는 그런 거지같은 동네를 얼마나 지나서야 언덕을 다 올라올 수 있었다. 그 다음은 포카라까지 계속 내려가야 한다.
[ 트럭이 가장자리 수로에 빠져 교통이 한참 마비 되었다. 이런 걸 자주 보고 차츰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
네팔은 생산되는 공산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걸 인도로부터 수입해서 쓴다. 자연 길에는 인도로부터 오는 수송 트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카투만두로 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 트럭들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내려가고 있었다. 말이 고속도로지 우리나라 시골길 보다 못한 길을 큰 트럭들이 통과하다보니 교통사고도 자주 있었다.
물론 휴게소나 편의시설은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그저 한적한 곳을 골라 어려움을 해소하고 그것도 안 되면 염치 불구하고 아무 곳에나 갈기고 볼일을 보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여행에서 제일 걱정되는 일이 배탈이다. 모두들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것은 두어 시간 버스를 타도 화장실을 찾는 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매양 서두는 것은 나였다. 몸이 좋지 않은 나는 이런 데서 표가 났다. 가이드는 나를 위해서 그러는지 아니면 이 정도의 거리가 적당한 거리인지 모르겠지만 중간에 두 번이나 차를 세우고 휴식을 하라고 했다. 기념품도 팔고 차도 파는 제법 그럴싸한 휴게소였다. 나는 여기서부터 네팔과 인도 사람들이 즐기는 홍차에 맛들이기 시작했다.
[ 찌아 한 잔씩 놓고 여행길에 이렇게 앉아 있으니 우리 부부가 지금껏 잘 살아왔다는 그런 생각이 스치네요... ]
홍차에다가 우유를 넣고 약간의 계피향, 그리고 설탕을 많이 넣어 달고 부드럽게 만든 똑같은 차를 네팔과 인도에서 부르는 이름은 서로 달랐다. 네팔에서는 '찌아', 인도에서는 '짜이'라 불렀다. 어쨌거나 단 것을 좋아하는 나는 휴게소만 들리면 마시곤 했다.
포카라까지는 약 7시간 소요되었다.
포카라에서 맨 먼저 찾은 곳은 '티벳 난민촌'이었다. 중국공산당의 박해를 피해 눈 덮힌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 네팔로 온 사람들이 카펫도 짜고 수공예 기념품도 만들어 팔아 생활하는 공동체다. 원래 카펫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 왼쪽의 건물은 강당 같은 곳이고 오른쪽의 건물에서 카펫을 짜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전시도 하고..... ]
그런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들이 만들어 놓은 「타르쵸」를 보았다. 불경이 티베트 문자로 빼곡하게 쓰여 있는 오색의 타르쵸, 티벳 사람들은 타르쵸가 바람에 한번 날리면 '바람이 경전을 한번 읽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타르쵸가 날리는 곳에는 누구나 바람이 읽어 주는 경전 소리를 듣는 것으로 믿는다.
바람의 말(風馬)이라는 뜻을 가진 '룽다'는 하릴없이 펄럭이지만 돌아 나오는 내 눈에는 신에게 보내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런지 난민촌으로 들어가는 길은 공사중이라 먼지가 날리고 험했지만 타르쵸가 펄럭이는 낡은 양철 지붕 위의 하늘은 끝없이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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