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 인도(India) - 모든 걸 드러내놓고 사는 나라 』---(8)

일흔너머 2011. 7. 17. 12:18

 

 

              [ 입구 회랑에서 바라본 타지마할, 정말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잘 꾸며진 구조입니다. 하나라도 빼면 안되는 그런 구조..]

 

여행 8일차.(2011. 06. 06. 月)
아침부터 가슴이 설렌다.
「세상에는 타지마할(Taj Mahal)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할 만큼 타지마할에 대한 인도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 타지마할을 오늘 보러 가는 것이다.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Shah Jahan)'이 사랑하는 왕비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을 기리기 위해 지은 영묘(靈廟), 타지마할이다. 힌두어로 '선택받은 궁전'이란 뜻의 '뭄타즈 마할'이 와전되어 타지마할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사람의 크기와 건물의 크기로 비교해 보면 얼마나 웅장한지 알 수 있다. 그냥 보면 평지에 있어서 작게 느껴진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하는 말로 쉽게 말하면 사랑하는 집사람의 죽음을 슬퍼해서 무덤을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걸 무굴제국 전성기 황제의 권력으로 이십 이년간 국가적 힘을 쏟아 부었으니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상상이 될 것이다.

 

하얀 대리석의 웅장한 이슬람건축물은 당시 나라 재정을 위태롭게 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세계적 아름다운 건축물로 남아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많은 수입을 올려 후손들이 선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소문만큼이나 유명한 타지마할은 입구에서부터 벌써 달랐다. 삼엄한 경비 속에 철저한 몸수색을 하고야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료도 비쌌다. 내국인들은 이십 루피의 입장료를 낸다. 하지만 외국인은 칠백 루피(한화 약 2만원 정도)를 낸다. 터무니없이 차별하는 데 대한 보답인지 외국사람에게 물 한 병과 덧신 하나가 들어있는 종이가방을 주었다.

 

덧신은 영묘에 들어가기 전에 대리석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도록 한 것이다. 대리석이란 것이 원래 석회암이 열을 받아 변성된 것이기 때문에 아름답기는 하지만 화학적 변화에 약하다. 요즘같이 산성비가 내리면 바로 녹는다. 그래서 건축에서 내장재로 쓰지 이렇게 밖에다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맨발로 다니는 인도인들에게는 괜찮지만 구두를 신거나 탄산음료를 마시고 떨어트리는 경우 많은 흠집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을 막는 한 방법이다. 또 신성한 영묘이니 만큼 신발을 벗게 하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지도 모른다.

 

               [ 멀리 안개 속에 붉은 아그라 성이 보인다. 오른쪽의 강이 야무나 강인데 지금은 갈수기라 물이 탁하고 적다...]

 

타지마할의 테라스에서 야무나(Yamuna) 강 건너 멀리 '아그라'성(Agra Fort)을 볼 수 있었다. 강물이 휘도는 둔덕에 붉은 사암으로 쌓았다는 그 아그라성, 아내를 사랑한 나머지 아름답고 웅장한 무덤 타지마할을 만들고 만년에 자신의 아들 '아우랑 제브(Aurangzeb)'에게 배신당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저 아그라성으로 유배를 당한 샤자한의 속을 누가 알 수 있었으랴. 황제가 아닌 한 인간의 슬픈 운명을 본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타지마할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하였다. 아니 인도에 대한 공부라고 해야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찾고 알아보았다. 그래서 막상 타지마할을 대하자 별로 낯설다는 느낌이 없었다. 자주 보아서 아주 친숙한 그런 건물에 잠시 쉬려고 들르는 기분이었다.

누구는 아침에 해가 뜰 때가 최고라고 하고 누구는 저녁에 해가 질 때가 더 인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래 지켜볼 여유는 없다. 이쪽에서 바라보고 저쪽에서 바라보고 그리고 사진 한 장 찍고 그러면 다 된 것이다.


 

               [타지마할의 입구쪽,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이 정면이다. 양 옆으로 이렇게 넓은 잔디와 숲을 즐기며 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멀리 와서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바라보며 잠시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는 여행이라면 그건 오히려 여행을 오지 않은 것만 못한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가이드의 자상한 역사 이야기는 귓전에 흘리고 싶다. 누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만들었느냐가 지금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나는 집사람의 손을 끌고 관람객이 드문 나무 그늘에 앉았다.
이름도 모를 이국의 나무가 빨간 꽃과 작은 열매를 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까짓 나무 이름은 대수롭지 않다. 그저 꽃나무면 그만이다.

 

가까이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집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엄청 큰 다람쥐가 잔디밭에 뛰어다니고 많은 이국의 관광객이 지나다니는 걸 지켜보며 꽃나무 아래에서 나른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