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에 도착한 뉴델리역은 사람들로 붐볐다. 역시 인도는 기차여행이 잘 발달해 있다. 하지만 등급의 차이가 심하다..]
델리에서 부사발까지의 야간기차여행은 우선 인도의 열차 구조부터 이야기해야한다.
우리가 이용한 기차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세로로 침대가 놓이고 다른 쪽에는 3층 침대가 기차가 가는 방향을 가로로 마주보고 놓여있다. 그러니까 한 통로에 6명이 함께 이용하는 것과 가는 방향으로 놓인 침대에 3층이 있느니 모두 9명이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6명이 이용하는 쪽으로 정해졌는데 함께 여행온 젊은 처녀 총각 두 사람이 맨 윗층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부녀지간에 여행을 온 두 사람은 딸이 2층 아버지가 1층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그 부녀와 맞춰 집사람이 2층, 그리고 나는 1층에서 그 아버지와 마주 보며 자리를 잡았다.
[ 기차를 기다리는 가족이 맨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이들의 표정은 아무 곳에 앉아 있어도 그저 즐겁고 행복한가 보다. ]
중국에서 야간기차여행을 해 봤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그 기차와는 너무 많이 달랐다. 우선 중국은 2층인데 여긴 3층이라 1층에선 아예 허리를 펴고 앉지를 못한다. 2층도 마찬가지다. 침대에 올라가면 무조건 누워야 한다. 특히 키가 큰 사람은 이런 여행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문도 없다. 그저 천으로 내려뜨려 살짝 가려놓은 상태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 도난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하였다.
[뉴델리역사 안은 온통 인산인해였다. 큰 가방은 짐꾼이 옮기고 배낭만 매고 기차를 타는데도 혼이 다 나갔다...]
우선 가방을 정리하여 통로에 두고 수건이나 사용해야하는 물건은 각자가 머리맡에 정리를 하였다. 약간의 간식을 먹어도 허리를 구부리고 통로에다 제비 새끼처럼 머리를 내밀어야하는 불편, 거기다가 화장실을 가려면 여자들은 원숭이처럼 오르락내리락해야하는 기막힌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기차는 출발을 순조롭게 하였다. 그리고 속도도 예상외로 빨랐다. 모든 걸 잊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두어 정거장을 가더니 출발 때와는 달리 가는지 마는지 모를 정도로 달리는 흉내만 내는 것이었다. 이럴 때는 신경을 쓴다고 될 일은 아니다. 다시 잠을 청했다.
[델리와는 달리 우리가 도착한 부사발역은 한적한 시골의 역사였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어디나 사람은 많다...]
어느 새 밤은 지나고 어렴풋이 동이 터 온다.
어느 이름 모를 인도의 농촌을 바라보며 기차가 거의 한 시간을 서 있다. 우리가 달리는 기차 길 옆에 약간의 비가 뿌렸는지 땅이 젖어있었고 철길 아래는 온통 쓰레기 집하장 같이 하얀 종이들이 널려있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전형적인 인도 농촌 마을과 여행객이 버린 휴지 나부랭이가 날리는 광경이다..그저 안타까울 뿐]
잠을 깬 집사람 이야기가 가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던 습관대로 기차에서 생긴 쓰레기를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러 갔더니 마침 쓰레기통이 가득 차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망설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는데 그걸 본 인도 사람이 창밖을 가리키며 던지라는 시늉을 하더란다. 처음에는 이 쓰레기를 설마 창밖으로 던지라는 건가 싶어 의아해 하니까 그 인도 사람이 집사람 손에 있는 쓰레기를 받아 대신 창밖으로 던져버리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이러니 철길이 저렇게 더러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어쩌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 않는가. 인도에서는 인도인들이 하는 걸 따라야 한다. 이때부터 쓰레기는 간단히 창밖으로 던지면 된다고 모두들 따라하며 웃었다.
처음 이런 기차여행의 불편을 대하면 정말 난감하다.
나도 그랬다. 이렇게 좁은 침대에서 여행에 지친 몸으로 하룻밤을 어떻게 지샐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화장실에 갔다가 마음이 달라졌다.
우리가 탄 다음 칸은 침대가 없는 칸이었다. 의자가 놓인 칸에 정말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 에어컨도 없었다. 심지어 자리도 없어서 서 있거나 바닥에 그냥 앉은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열차와 열차 사이의 연결부분에 한 노인이 누웠다가 내가 화장실로 가려고 나가자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다시 그 맨바닥에 몸을 뉘는 것이었다. 이걸 본 순간 지금껏 불편에 대한 나의 불평은 온데간데없이 다 사라지고 그저 행복에 겨워 난리를 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정말 한마디 불평 없이 다시 자리에 누웠다.
여행은 사람을 만든다.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의 이 불편하고 짜증스런 야간기차여행이 내게 세상을 보는 더 큰 눈을 띄운 것이다.
기차 안에서 아침을 맞는다.
까짓 기차가 좀 천천히 달리면 어떤가?
아니 아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으면 또 어떻고?
서서히 밝아오는 태양은 또 하루 오늘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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