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맛이 다르다 』

일흔너머 2011. 4. 1. 10:17

 

 

아침 반찬으로 실팍하게 부친 전(煎)이 있었다.
그저 부추전이거니 여기며 먹었다. 그런데 부추보다는 가는 이파리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하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말없이 먹어대는 내가 미운지 아내는 수수께끼처럼 물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갑자기 던지는 질문에 그저 고개만 돌려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자신이 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달래예요, 달래.’ 아내의 말에 달래도 이렇게 전을 부쳐먹을 수 있구나 하고 속으로 놀라며 ‘아, 그러고 보니 달래구나.’하며 한번 더 젓가락이 그쪽으로 향했다.

 

아내의 말로는 원래 무쳐 먹으려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위 부분을 잘라 부침개로 하고 아래 부분은 도라지와 함께 무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왠지 달래의 그 톡 쏘는 향은 적은 것 같았다. 사람이 직접 산비탈을 헤매어 하나 둘 캐 모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은 어지간한 생선이나 나물은 모두가 인위적으로 키워서 만든다.

달래나 쑥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맛과 향이 좋아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산나물은 온실에서 키워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우리들 식탁에 오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래의 향과 맛을 지닐 수는 없다. 그저 흉내를 내는 정도다. 자연이 만들고 그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의 수고가 맛과 향이 된다는 걸 알아야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산, 자연산하면서 자연이 키운 본래 그대로를 찾는 것이다.
자연,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반짝반짝 작은 별 』  (0) 2011.05.04
『 손대지 마라 』  (0) 2011.04.07
『 복 담는 집 』  (0) 2011.02.18
『 MP3 』  (0) 2011.02.14
『 구제역(口蹄疫) 』  (0) 201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