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반짝반짝 작은 별 』

일흔너머 2011. 5. 4. 12:39

 

 

아직 말도 못하는 외손녀가 나무토막 장난감을 가지고 바둥거리며 겨우 한 층을 쌓으면 모두가 잘 했다고 박수를 친다. 그러면 신이나 또 다른 나무토막을 들고 삐뚜름하게 쌓아 놓고는 좋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흔히 '아이를 본다'는 명분으로 이렇게 외손녀와 함께 지내다보면 어쩌면 좀 서글프게 다가올 미래가 보인다. 뭐 꼭 치매나 중병에 걸리지 않아도 그럴 것이다. 어디 한적한 요양원에서 늙고 힘없는 손으로 벌벌 떨면서 내일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한순간을 죽이는 나무토막 하나를 쌓고 있을 노인네의 그 미래 말이다.

 

둘째는 무척 올되어 겨우 여덟 달을 넘기면서 벌써 발자국을 떼었다. 엄마와 함께 재롱도 피웠다. 아내가 '반짝반짝 작은 별…'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손바닥을 뒤집으며 흉내를 곧잘 따라 하곤 했다.

 

아내 말로는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했단다. 앉은뱅이 재봉틀을 잡고 한 발짝씩 떼면서 엄마를 따라 '반짝반짝 작은 별…' 할 때였단다. 한낮인데도 주위가 너무 조용하더란다.

 

그리고 당신의 막내딸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는지, 아니면 귀여운 외손녀가 재롱을 부리는 '반짝반짝 작은 별'을 보았는지 모르지만 조용히 오랜 중풍을 앓던 장인어른은 그렇게 가셨다. 삼십 수년 전 수업을 하다가 처남의 연락을 받았던 기억이다.

 

겨우 발을 옮겨 떼던 그 둘째가 시집을 가 낳은 아이가 지금 내 앞에서 나무토막을 쌓고 있다. 아직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온갖 시늉은 따라서 하고 성격이 활발하여 걷기보다는 콩닥콩닥 뛰어 다니는 편이다. 머잖아 말도 하고 노래도 따라 부를 것이다.

 
누구나 맞아야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 미래,
모두 안타까워하며 가야할 우리들의 그 길,
하지만 '반짝반짝 작은 별…'은 가르치기도 부르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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