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

일흔너머 2011. 10. 25. 23:24

 

 

 

사람은 나고 커서 아프다가 죽는다.

다만 그 시기가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날 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식 낳아 손자 보고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느지막이 가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여유를 가지고 좀 살만하면 휘딱 가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사는 얘기도 하고 함께 몇 잔 술도 나누고 좋았다. 물론 저녁 늦게 병원 응급실을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찾아가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간이란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다.

 

동창체육대회에 갔다가 돌아올 때 운전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낮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 대구까지 오는 친구들을 태우고 집 근처에 오자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는지 차를 주차하고 가까운 곳에서 한 잔을 하자는 의견이었다.

 

결국 넷이서 찾아간 곳은 횟집,

회 한 접시를 시키고 소주를 세 병쯤 마셨을 때다. 한 친구가 슬그머니 뒤로 눕는 것이 아닌가. 평소에도 취하면 살짝 눕는 습관이 있어서 그저 보통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쐬면 될 것이라며 일으켜 세우려니 계속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다른 친구가 완력으로 안고 나가려 하자 나를 손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어지간히 취한 상태였다. 가까이 가니 귓속말처럼 들렸다.

「 온달아, 내 오른 손이 힘이 없다. 일어서려고 해도 오른 다리가 힘이 없다. 」

주위에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못난 영감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런, 큰일이 났구나. 빨리 병원에 가야 될 일인데.’하는 생각뿐이었다. 얼른 다른 친구에게 택시를 불러오라고 하고 밖으로 나가 신발을 찾아 신겼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한잔 뽑아 조금이라도 마시라고 권했다.

 

얼마 되지 않아 곧 택시가 오고 우리는 동창생이 근무하는 대학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미리 나와서 기다리는 친구의 부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키며 병원안내에 접수를 했다.

 

그런데 이 친구 화장실에 간다며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억지로 갔다가 나오는데 단번에 팔다리가 원래 상태로 되었다며 생기가 돌았다. 다행이다. 큰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친구와 부인을 병원에 두고 술 취한 셋은 택시를 잡아타고 거의 자정이 가까와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전화를 하니 몇 가지 검사를 했단다. 아무 이상은 없지만 원인을 찾아야 하니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으니 핑계가 생겼을 때 쉬어라.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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