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친구에게 보낸 메일 』

일흔너머 2011. 12. 2. 13:32

 

 

 

 

집사람이 말했다.

등산복을 걸치고 혼자 터벅터벅 걸어나가는 등뒤에 대고,

"함께 등산할 친구도 한명 없다 그지요?"

무심코 들었지만 한참 걷다가 생각한 것이 [그래, 정말 그렇다.]...

 

 

어제 오후에 너무 따뜻하길래 그냥 대충 걸치고 길을 나섰다.

지난 번에 마치지 못한 임도를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상 임도에 들어서니 하늘이 어두워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쌀쌀했다. 한기가 든다. 함께 걱정할 친구도 없다.

그렇게 마냥 두 시간 남짓을 걸으며 사람의 길을 생각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고 없으니 생각할 일도 아니고, 미래는 아직 오지도 않았으니 걱정할 일도 아니며...."

금강경 구절이 떠오른다.

 

 

"길을 가다가 자기보다 나은 사람 또는 자기와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든,

차라리 혼자 가서 잘못이 없도록 하라. 어리석은 사람의 길동무가 되지 말라."

아함 법구경,

 

 

이렇게 저녁에는 대장경을 읽는다.

"가을에는 내 여기 머물 것이다. 겨울에, 또 여름에도 머물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소치는 사람이 채찍으로써 소를 몰아 목장으로 가는 것처럼,

늙음과 죽음도 그렇게, 사람의 목숨을 쉼없이 몰고 간다."

 

 

옆에서 세살짜리 손녀가 보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한평생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해도 옳은 법을 모른다.

숟깔이 국 맛을 모르듯이."

 

 

그리고 밤에 나도 모르게 밖에는 비가 내렸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아침에 친구의 메일을 읽어서...

 

2011. 11. 30. 온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냄새를 맡고 찾아간 곳은 』  (0) 2011.12.13
『 2011. 12. 07. 』  (0) 2011.12.08
『 가장(家長)인데 어쩌겠습니까? 』  (0) 2011.11.28
『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  (0) 2011.10.25
『 해당화(海棠花) 』  (0) 201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