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독(毒)해야 한다 』

일흔너머 2012. 3. 6. 13:11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면 가슴이 아파도 이겨내고 독해야 한다.

 

둘째가 출근하고 단잠을 자고 있는 손녀를 깨워 밥을 먹인다.
무슨 직장 출근하는 사람 마냥 이게 무슨 꼴인가.
우는 아이를 달래어 억지로 아침밥을 먹인다.
그리고 옷을 입혀 어린이집으로 데려간다.

아직 이틀밖에 안 되어 만나는 아이들마다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어떤 아이는 조금 전에 엄마와 떨어져 울던 서러움이 뺨에 말라붙어 있다.
모르긴 해도 헤어지지 않으려고 악머구리같이 울었을 눈들이다.
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를 찾는 손녀를 두고 얼른 돌아서 나온다.
두어 시간이 지나 아이를 찾으러 가면 지금 배신당한 것보다 더한 반가움이 이 할애비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씩씩하게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지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성장하는 과정이다.

 

조용한 시골,
촉촉이 내린 봄비 탓에 주위는 숙연하다.
새싹들이 금방 파릇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처럼.
2012. 03. 06. 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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