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그때 그 공무원 』

일흔너머 2017. 8. 30. 14:07





 

날이 끄무레합니다.

아직은 더위가 한창이라야 하는 팔월 말인데도 차갑고 싸늘한 기운이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씹니다. 예보에도 없는 가랑비가 내리고 아스팔트는 촉촉이 젖었습니다. 잠시 볼일을 보러 나왔다가 도로에 흩어진 강냉이 튀밥을 보고 갑자기 옛 생각이 납니다.

 

그러니까 천 구백하고도 칠십 년대 말이었습니다.

다들 어렵게 살 때였고요. 선생 초임 월급이 십만 원이 안 되었습니다. 신혼 초에 방 두 칸 월세를 얻어서 오천 원을 다달이 냈으니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피던 때 이야깁니다.

 

숙직을 하는데 같이 일하는 용원이 금방 보고 온 교통사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면사무소 서기로 일하는 젊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직행버스에 치여 숨졌다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간단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내와 어린 아이가 함께 살았는데 방값이 조금 싼 곳에 집을 얻어 자전거로 통근을 했던 겁니다.

 

방값이 싸면 얼마가 더 싸겠습니까?

하지만 박봉에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고 가정을 꾸리려니 그랬던 겁니다.

이튿날, 볼일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그 사고 현장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지푸라기처럼 쭈그러진 자전거가 논두렁에 처박혀 있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진 강냉이 튀밥은 까만 아스팔트 구석구석에서 어제의 처참함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사고가 없었으면 저녁밥을 먹고 가족이 둘러앉아서 웃으면서 함께 했을 튀밥입니다. 화려하고 무슨 큰 호사도 아닌 작은 주전부리, 강냉이 튀밥입니다. 그것도 함께하지 못하고 길바닥에 팽개쳐진 그 젊은 공무원의 궁핍은 지금도 내 머리 속에 생생이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공무원,

요즘은 공무원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무원 할 일은 같고 처우도 별 다르게 변한 것 없는데 인기가 좋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세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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