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뭐 하는 물건인고? 』

일흔너머 2018. 7. 9. 15:41


얼마 전부터 바닷가집 양변기에 물을 내리면 다시 채워지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다음 사람이 급하게 또 물을 내리면 아예 물이 없이 헛구역만 해 대었다.

저걸 고쳐야지고쳐야지 하면서 부품을 철물점에서 사다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요일 큰 맘 먹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간이 좁은 데다가 눈에 보이지도 않은 곳에 그것도 아래에서 위로 또 평소 잘 쓰지도 않는 왼손으로 작업을 해야하니 푼다는 것이 잠기고 잠근다는 것이 풀어지는 것이다.

어렵게 일을 끝내고 스위치를 열면 구석구석 물이 뿜어져 나왔다. 단단히 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사람이 지켜보는 데 그야말로 참담했다.

다행히 사람 부르지 않고, 두어 시간 동안 세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겨우 마무리를 했다.
온 몸 구석구석이 당기고 아프다.
안 쓰던 근육이 무리를 한 것이다.
특히 왼손은 더하다.

몇년 전에 고친 대구 집의 양변기는 화장실이 넓어서 쉬웠는데 하고 들여다보니 호스 중간에 동그란 게 달랑거린다. 눈에 번쩍 들어왔다.

그래 저것이 일을 쉽게 만들었다. 별 장비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손으로 잡고 끼워 돌리면 작은 힘으로도 쉽게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 하나,
저것이 그때는 날 편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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