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전재산 』

일흔너머 2019. 10. 28. 09:50





『 전재산 』

말 그대로 황금들판입니다. 단풍은 또 어떻습니까. 산야가 시월의 무르익은 가을의 정취에 푹빠져 있습니다.

팔공산 은해사 운부암,
집사람과 자주 걷습니다.
북으로 금강산 마하연 남에는 운부암이 천하명당이라 경허선사를 비롯한 많은 선승들이 공부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싫어질 때쯤 왼쪽으로 꺾어서 산길을 오릅니다.

차들이 다니지 않아서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우리의 생각이고 실제 숲속에는 지독한 생존경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방금 친 거미줄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떨어지던 낙엽 두어장 거미줄에 걸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손으로 거두려고 하는데 집사람이 말립니다.

"그 집이 그 녀석 전재산인데..."

그렇습니다.
돌돌 뭉치면 작은 티끌만큼도 안 되지만 며칠이나 걸려서 이룬 거미의 생존터전인 걸 생각하면 쉽게 거둘 일이 아닙니다.

'남의 전재산을 망칠 뻔 했습니다.'

살짝 피해 걸으며
언젠가 저 거미줄에 걸릴 나방과 포식할 거미를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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