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우리 동네 장애인 』

일흔너머 2013. 5. 22. 11:37

 

 

 

 

아직 한 번도 그와 맞닥뜨려 싸우거나 시비를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싸우는 장면을 몇 번 봤습니다. 주로 주차 문제였는데 자기 집 담장 옆에 어디서 구했는지 ‘장애인 전용’이란 팻말을 세우고 다른 차들이 주차를 하면 전화를 하고 난리를 쳐대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것도 두 대를 충분히 주차할 공간인데도 혼자 널찍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모두의 미움을 싸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그 장애인을 배려하여 장애인 차 뒤에다 주차를 하는 경우에도 그는 뒤차가 아예 빠져나가지 못하게 바짝 갖다 대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심술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입니다만 구태여 꼭 자기 집 옆에 주차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장애가 다리에나 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 손이 없는 장애인이었습니다. 그러니 조금 떨어진 빈자리에 주차하고 걸어오면 될 것을 그렇게 유난을 떠는 것이었습니다.

 

어저께 모임에 간다고 나가다가 그 장애인의 까만 자동차를 보았습니다. 두 대가 주차하고도 남을 공간에 여유롭게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문짝에 누가 그랬는지 온통 긁어놓아서 누가 봐도 안타까울 정도로 흠집 투성이었습니다. 짐작컨대 그 장애인이 미우니 보지 않을 때 날카로운 쇳조각으로 저렇게 자동차에다가 화풀이로 난도질을 한 것일 겁니다.

 

혼자 생각해 봅니다.

「저 차가 무슨 죄입니까? 단지 사람을 잘못 만난 탓입니다. 사람이 미우니 그 사람이 타는 자동차조차도 미운 겁니다. 장애인이 꼭 다른 사람의 배려를 내놔라고 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는 서로 도우고 어울려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겁니다.」

 

저렇게 두 대가 주차하고도 남을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주차해 있는 차를 보면 마치 다른 사람과 벽을 쌓고 혼자 적적하게 살아가는 그 장애인처럼 느껴져 괜히 마음이 울적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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