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당(荒唐)과 당황(唐慌) 』 병원에 가는 것은 누구나 싫어하는 일이다. 한꺼번에 너덧 개의 수액주사를 달고 입원실에 누워있는 친구보다는 낫지만 아침밥을 거르고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는다는 것은 짜증스럽다. 그것도 무슨 배급 타러 온 것도 아니면서 번호표를 뽑아 쥐고 줄지어 기다린다는 것은 한편 귀찮기도 하고 한.. 수필 2010.09.08
『 세상 무섭다 』 사기꾼은 거창하고 어려운 말을 좋아한다. 마치 못 생긴 여자가 백화점의 유명 상표를 좋아하듯이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 민족 정신이 이렇고 국부역강(國富力强)이 저렇고 하면서 평소 잘 쓰지도 않는 말들을 나열한다. 오래 집을 비웠더니 이층의 아주머니가 그 동안 우편물을 모았다가 아침 .. 수필 2010.09.06
『 가슴 아픈 그림 』 겨우 돌 지난 아이를 두고 육아휴직을 끝낸 둘째는 출근을 했다. 평소 표정이 환하게 밝고 재롱을 잘 피워 그저 사랑스럽게 여겼는데 막상 엄마가 일하러 가고 어린것이 혼자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애민(哀愍)하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차치(且置)하고 기저귀를 차고 뒤뚱거리며 .. 수필 2010.09.04
『 태풍이 지나가고 』 어제부터 TV에는 온통 태풍에 대한 뉴스 밖에 없다. 서해안으로 통과하여 동해에는 그저 평소보다 파도만 약간 높았을 뿐 별다른 피해는 없다. 기상예보와는 달리 비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 일부러 사람들 겁주려고 하는지 하늘만 잔뜩 어두웠다. 아침에 뉴스에는 인명피해도 있다고 한다. 바람에.. 수필 2010.09.03
『 꽃이 아름다운 건 』 [ 원추리 꽃대에 잠시쉬어가려는 고추잠자리, 모르긴 해도 아마 꽃은 귀찮을 것이다..... 차라리 벌, 나비라면 몰라도. ] 기상대 예보에 호응이라도 하듯 비가 왔다. 온갖 풀들이 이제 살았다는 듯 활짝 웃고 있다. 촉촉한 땅을 밟으며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산책을 나왔다. 강둑에는 망초 꽃이 밤하늘.. 수필 2010.07.16
『 그래도, 잘 살았다 』 [ 마지막으로 바다를 한번쯤 바라보고 갔으면 좋으련만 너무 큰 걱정이 앞에 있어 그런지 다들 행동이 불안하다..! ] 눈만 뜨면 파란 바다가 꿈처럼 넘실거린다. 머리맡에는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동해 바람이 시원하게 살랑거린다. 거기다가 굳이 할 일도 없다. 갈매기 울음에 종일 파.. 수필 2010.07.09
『 바닷가 전원주택 』 [ 베란다에서 밖으로 내다보고 사진을 찍으면 온갖 전깃줄이 방해를 합니다. 바다를 어지럽힙니다...! ] 조용히 깊어가는 밤을 파도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외에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보내고 있습니다. 작은 탁자 하나 앞에 두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봅니다. 퇴직을 하면 언젠가는 공기 맑.. 수필 2010.05.20
『 병이 들어도 ……. 』 산책길에 특이한 걸음걸이로 걷는 두 남자를 만났다. 그들 두 사람을 따라가며 유심히 살펴보니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평일 오전에 이렇게 강을 걷는다는 건 나처럼 퇴직을 한 경우이거나 아니면 건강 때문에 일을 그만 둔 실직자들 일 것이다. 무슨 오락 .. 수필 2010.04.06
『 세상에는 사람이 산다 』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실종되고 국민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매스컴은 연일 백령도의 사건만 다루고 사회는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모르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구조.. 수필 2010.04.02
『 어머님께 묻고 싶다 』 둘째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함께 잠시 친정이라고 찾아왔습니다. 절간같이 조용하던 집이 요즘은 제법 사람 사는 훈기가 납니다. 할 일도 더 많아졌습니다. 혹시 아이가 잘못 건드릴 물건들을 치우고 들어가지 못하게 담을 쳤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손녀는 아무거나 만지고 어디 안 들어.. 수필 2010.03.17